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 전략 발표가 잇따른다. 배터리 기업의 분사 추진이 활발히 이뤄지는 등 배터리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는다. 전기차 시장 급성장과 더불어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이 각자도생을 위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세계 친환경 자동차 시장 규모는 2020년 1330만대에서 2025년 5660만대로 증가한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30년 판매되는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이 전체 자동차 시장의 30%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에서 향후 지주회사 역할과 그룹사 운영 계획을 밝힌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대표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에서 향후 지주회사 역할과 그룹사 운영 계획을 밝힌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대표 / SK이노베이션
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K배터리 3사는 완성차 기업과 손을 잡거나 사업 분할에 나서며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스토리 데이 발표를 통해 배터리 사업과 석유 개발 분야의 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1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 자회사별 IPO로 R&D와 M&A 등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수혈을 꾀하고, 지주회사로서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 간 역할 분담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합작법인(JV) 설립으로 전기차 배터리 공급 등 배터리 사업 분야와 포트폴리오·사업규모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포드와 합작법인을 통해 배터리 사업 분야 지출을 줄일 수 있지만, 매년 2조~3조원의 자원이 소모되는 상황이다. 배터리 부문 기업 공개를 통해 독립적 경영이 가능한만큼 급박하게 변화하는 전동화·배터리 시장의 신속 대응이 가능해진다.

지동섭 대표는 "SK이노베이션 내 배터리 사업의 물적 분할은 아직 검토되지 않은 사항이다"라며서도 "배터리 사업 부문 입장에서는 분할이 빠를 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의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IPO 역사상 최대어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6월 8일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공모액은 10조원대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2020년 말 기준 수주 잔고는 150조원이다. 연간 배터리 생산 가능 규모는 120GWh(전기차 165만대) 수준으로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하반기 IPO로 확보한 자금으로 2023년까지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확대해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스텔란티스 로고 / PSA
스텔란티스 로고 / PSA
K배터리 3사는 세계 4위 완성차 기업인 스텔란티스의 전기차 정책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스텔란티스그룹은 8일 언론과 투자자를 대상으로 ‘스텔란티스 EV(전기차) 데이 2021’을 연다. 온라인으로 진행될 행사에는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그룹 최고경영자(CEO)와 각 분야 임원이 참석한다. 그룹의 차세대 전동화 전략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언론 대상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스텔란티스 그룹은 이탈리아·미국이 합작한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PSA가 합병한 회사다. 피아트·마세라티·크라이슬러·지프·닷지·푸조·시트로엥·오펠 등 14개 자동차 브랜드를 보유했다.

스텔란티스는 북미에서 생산하는 지프, 크라이슬러, 닷지 등 전기차 모델에 탑재할 배터리 발주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공급분이 연 28GWh에 이를 것으로 파악된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각각 GM, 포드와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한 만큼 삼성SDI가 적극 수주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SDI가 스텔란티스 전기차 물량 확보에 성공할 경우 스텔란티스와 합작사 설립도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단시일 내 배터리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아 기존 배터리 업체와 합작사 설립이 중장기 내재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며 "각사의 배터리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 완성차가 향후 주력 배터리 폼팩터(형태)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