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수요층을 공략하는 e커머스 업계 버티컬(Vertical) 전략이 힘을 받는다. 중소형 전문몰을 통한 거래액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대기업의 전문몰 인수 사례도 늘었다. 자사몰의 전문몰 전환도 증가세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상품 큐레이션이 전문몰의 가치를 끌어올렸고, 결과적으로 대기업이 군침을 흘리는 배경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그재그 / 카카오스타일
지그재그 / 카카오스타일
카카오는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 운영사 크로키닷컴을 인수한 후 1일 합병법인 ‘카카오스타일’을 출범시켰다. 카카오는 지그재그 인수로 단번에 패션 전문몰 1위를 거머쥐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카카오스타일과 지그재그의 합산 월간 실사용자 수는 5월 기준 355만명이다. 경쟁사인 무신사(345만명)나 에이블리(343만명)보다 많다.

지그재그는 이용자가 체형 등 정보를 입력하면 AI 큐레이션을 통해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옷을 골라주는 것이 특징인 서비스다. 지그재그 거래액은 AI 큐레이션을 바탕으로 2016년 2000억원에서, 2020년 7500억원으로 급증했다.

최근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신세계는 이베이 인수에 앞서 여성패션 전문몰 ‘W컨셉'을 인수했다. W컨셉은 신진 디자이너들의 트렌디한 옷으로 MZ세대 여성 소비층의 지지를 받는 기업이다. 매출도 증가세다.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36.3% 늘어난 717억원이다.

롯데는 국내 중고거래 1위 ‘중고나라' 인수를 통해 e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한다. 중고나라는 국내서 가장 오래된 중고거래 플랫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회원수는 2300만명에 달하며, 2020년 기준 거래액은 5조원이다. 신세계 SSG닷컴의 올해 목표 거래액인 4조8000억원보다 많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실패한 롯데쇼핑은 중고나라 등 전문몰을 강화하는 것으로 자사 온라인몰 롯데온(ON)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6월 사내망을 통해 "식음료·럭셔리·패션·뷰티·가전 등 특화된 플랫폼을 구축해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확보에 도움이 되는 인수합병과 지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전문몰 경쟁력을 키워 네이버·신세계·쿠팡 등 e커머스 선두주자들과 경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카카오·신세계·롯데 등 대기업이 버티컬 앱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이유는 국내 전문몰의 급격한 성장세에 있다.

온라인 패션업계 성공신화를 썼다고 평가받는 무신사는 2016년 매출 472억원에서 시작해 2018년 1081억원, 2019년 2192억원, 2020년 3319억원으로 최근 3년 간 연간 1000억원 규모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거래액 역시 2020년 1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1%라는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e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대형 쇼핑몰에 집중하던 판매자들의 전문몰 영업이 강화되고, 거래액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MZ세대(1981년~2010년생)을 겨냥한 ‘취향저격' 상품 큐레이션도 전문몰의 시장 입지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e커머스 업계는 버티컬 앱의 경쟁력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큐레이션'에 있다고 분석한다. 쿠팡 등 대형 온라인몰의 경우 너무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특정 자사몰의 경우 반대로 선택의 폭이 좁다. 때문에 특정 카테고리의 트렌디한 상품을 한데 모아 소개하는 전문몰이 MZ세대에게 적합하다는 것이다.

개인화된 서비스와 편리한 구매경험도 MZ세대를 끌어 모으는 요소다. 어릴적부터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를 경험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평가받는 MZ세대는 편리하지 않고 복잡한 서비스는 일단 거르는 것이 기본이다. 때문에 이용자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맞춤 상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롯데쇼핑이 중고나라를 인수한 것도 ‘이용자 빅데이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의 중고나라 인수는 단순히 중고거래 플랫폼 확보가 아닌 이용자 빅데이터 확보에 있다"며 "빅데이터를 통해 세밀한 상품 큐레이션이 가능해 진다"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