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을 둘러싼 법무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간 기싸움이 상당하다. 법무부는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보호'를 중시하는 의견을 제시하며 기존 개인정보위 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개인정부위가 법안 통과를 위해 무리하게 법무부가 요구한 내용 중 일부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기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의 취지가 일부 퇴색될 수 있다.

6일 법무부와 개인정보위 등에 따르면, 양 부처간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에 대한 협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개인정보위는 상반기 중에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었지만, 방대한 분야에서 이의를 제기한 법무부의 행보에 따라 협의가 난항을 겪는다.

법무부(왼쪽)와 개인정보위 로고 / 각 부처
법무부(왼쪽)와 개인정보위 로고 / 각 부처
국무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려면 부처 간 이견이 없어야 한다. 법무부와 개인정보위가 어떻게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개인정보위는 당초 목표였던 상반기 내 법안 통과는 무산됐지만, 여전히 속도감 있는 법안 추진을 원한다. 그러다 보니 법무부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개정안 일부 조항이 헌법 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제한할 소지가 있고, 개인정보처리자인 기업의 영업적 편익에 치우쳐져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 국외 이전 규제 합리화를 위한 조항에서도 개인정보 동의권을 형해화(내용이 없고 뼈대만 있게 됨)하는 조항이 많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개인정보위는 앞서 설명회에서 개정안 주요 내용으로 ▲정보통신서비스 특례의 ‘필수동의' 규정 정비해 동의 이외의 개인정보 적법 처리요건 활성화 ▲적정한 개인정보보호 수준이 보장된다고 개인정보위가 인정하는 국가 또는 기업으로 동의없이 국외 이전 허용 등을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와 산업계에서는 부처 간 협의가 지연될 기미를 보이자 우려의 목소리가 낸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법학과)는 "개인정보위는 법무부의 면을 세워주기 위해 일부 의견을 받아들여 합의에 나설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될 경우 자칫 4차산업혁명 시대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했던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의 통과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개인정보위는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꺼린다. 협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자칫 부처 간 다툼으로 비화할 수 있는 것을 경계한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아직 협의 중이라는 말 밖에는 딱히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며 "(법안 취지가 퇴색될) 우려는 없으며 협의가 곧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부처 간 대립으로 비칠 수 있기에 협의 내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어렵다"며 "대변인실을 통해 답변을 받아 달라"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