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업계가 구독경제 서비스를 내놓지 않는 이유는

이은주 기자
입력 2021.07.07 06:00
구독경제가 다양한 생활 소비 분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OTT 콘텐츠를 비롯해 꽃·전자책·옷·커피까지 매월 일정한 구독료를 정기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독 모델이 일상 곳곳에 파고든다. 다만 글로벌 시장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웹툰 업계는 구독모델 도입을 하지 않고 있다. 별다른 움직임도 안 보인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카카오가 서비스하는 ‘기다리면 무료'를 주축으로 한 ’콘텐츠 건별 결제’ 모델이 이미 안정적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 상대적으로 불확실한 구독 모델의 상업성도 이유로 꼽힌다.

웹툰 ‘풍혼' 이미지 /미스터블루 화면 갈무리
‘기다리지 못하는' 소비자들...유료 누적 결제의 힘, 구독 모델보다 확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웹툰 구독 서비스는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콘텐츠별 건별 결제 모델이 일상화됐다. 이는 넷플릭스, 티빙, 멜론 등 영상·음성 콘텐츠 구독 서비스가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것과는 상반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콘텐츠별 건별 결제 모델이 자리 잡아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 등 웹툰 플랫폼은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결제하며 다양한 작품을 섭렵한다. 굳이 구독 경제 모델을 도입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웹툰 콘텐츠 건별 결제 액수(100~500원쯤)는 작지만, 고정 소비층의 반복적 결제가 누적돼 플랫폼의 무시하기 어려운 고정 수익으로 확보되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 플랫폼에서 고정적으로 소비를 해왔다는 한 웹툰 소비자도 "건별 결제로 따지면 작은 액수지만 한달 단위로 내가 사용한 금액들을 모아서 보면 2만원, 3만원은 금방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소비하는 터라, 콘텐츠 이용료로 지불한 금액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웹툰 작가들은 구독 서비스 후 정산방식 ‘불신’

웹툰 작가들의 구독 서비스 거부감도 한몫한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2000년대에는 인터넷 만화 웹사이트에서 1만원쯤의 구독료를 받고 독자들에게 무제한 콘텐츠를 제공했다. 당시 플랫폼은 작품별 클릭수나 접속수 등을 계산해 작가들에게 고료를 지급했다.

박석환 한국영상대학교 교수는 "과거 정산 방식은 서로 다른 콘텐츠 질과 역량 차별화를 반영해주지 않았다"며 "작가들이 정산 방식을 신뢰하지 않아 작가들 사이에서는 구독 모델에 불신이 잠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작가들은 구독 모델을 도입할 경우, 애써 정착시킨 콘텐츠별 과금 방식을 후퇴시키는 행위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니아층 둔 플랫폼, 구독 모델 도입이 실익 높여

업계 일각에서는 미스터블루 등과 같은 마니아층 중심의 플랫폼의 경우는 구독 모델 도입의 실익이 적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마이너한 장르를 쓰는 매니악한 작품에 콘텐츠 소비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데, 이를 구독 서비스로 ‘묶으면' 소비가 함께 증가해 작가 발굴과 서비스 유입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일례로 미스터블루는 월 구독료 2만원을 지불하면 무협 장르 4대 거장인 야설록, 황성, 사마달, 하승담의 작품을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이는 플랫폼 영향력 상승과 다른 작품 소비 확산으로도 이어진다.

리디는 북미 시장을 겨냥해 구독형 웹툰 서비스 ‘만타'를 선보였다. 만타는 출시 4개월 만에 앱 다운로드 50만건을 기록하는 등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웹툰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시장은 이제 막 형성된 곳으로 구독모델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실험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며 "소비 가능 인구도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국내와 다른 사업 전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웹툰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에서 성공한 기다리면 무료 등 콘텐츠 건별 결제 모델을 해외에서도 똑같이 시도하려고 하기보다, 구독 모델을 포함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도전이 필요한 시기다"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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