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400억원을 들여 티빙 지분을 확보해 2대 주주에 등극했다. 그동안 네이버의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로 지목되던 영상 콘텐츠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이미지 / 네이버 제공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이미지 / 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지난달 티빙 지분 15.4%를 확보했다. 이는 앞서 네이버와 티빙의 모회사인 CJENM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따른 것이다. 양측은 첫 협업 사례로 네이버플러스멤버십과 티빙을 결합한 상품을 출시했다.

관련업계는 네이버의 티빙 지분 확보가 약점으로 꼽히는 OTT 서비스 강화를 위해서라고 분석한다. 서비스 이용자 사이에서는 네이버는 웹툰을 제외하고 음원은 멜론에, 영상은 유튜브, 넷플릭스, 웨이브 등에 밀리는 등 디지털 콘텐츠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앞서 네이버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플랫폼 락인효과 전략을 펼쳐왔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은 월 4900원을 내면 쇼핑 결제에 대한 적립 혜택을 제공하고 여러 디지털 서비스(티빙 방송 무제한 이용권, 네이버 웹툰·시리즈 쿠키 49개, 시리즈온 영화 1편 무료, 네이버 콘텐츠 체험팩 등) 중 하나를 추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는 아마존이 고객을 최대한 아마존 서비스 플랫폼 내에 묶어기 위해 출시한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와 유사하다. 아마존은 빠른 배송과 콘텐츠를 무기로 제대로 된 락인효과를 봤다. 하지만 네이버는 콘텐츠 부족으로 제대로 된 락인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네이버는 2021년 3월 티빙과 협력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유료 멤버십에서 서비스 가능한 영상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티빙을 통해 CJ ENM 채널과 JTBC 등 방송국 콘텐츠를 확보했다. 멤버십 내에서 제공 가능한 영상 서비스를 늘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번엔 티빙에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티빙이 유료 가입자 확대를 위한 공동마케팅과 티빙 오리지널 원천 IP 투자를 진행하는 등 다방면의 협업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티빙 측은 "네이버의 티빙 투자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티빙의 초격차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영상 콘텐츠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느끼는 네이버가 이를 직접 실행하기 보다는 이미 제작 역량이 확보된 티빙과 동맹을 통해 풀어가려는 모습이라고 해석한다. 네이버가 상당한 글로벌 투자를 통해 웹툰, 웹소설 등 원천 IP를 상당히 확보해 놓은 만큼, 이를 실탄으로 경쟁력 있는 영상 콘텐츠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을 간접적으로 확보한 조치라는 뜻이다.

앞서 네이버는 24일 글로벌 영상 사업에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웹툰 스튜디오와 왓패드 스튜디오를 통합하기도 했다. 네이버의 웹툰 사업은 네이버웹툰이, 웹소설은 왓패드가 담당하는 구조로 움직여왔는데, 각 조직에 별도로 존재하는 영상 스튜디오를 하나로 합친 것이다. 이들은 영상화가 적절한 IP를 골라서 영상 제작사와 소통하는 일을 맡게 될 전망이다. 네이버가 IP를 바탕으로 한 영상 제작 위한 단계적 전략을 밟아가고 있는 셈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이 OTT 생존력 핵심으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티빙 역시 투자 확대 갈증을 느끼는 만큼, 시너지 효과 기대할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경쟁사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초격차 전략을 구사하면서 OTT 플랫폼도 선점해 글로벌 메이저가 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며 "네이버는 1분기에는 위버스, 2분기에는 티빙 2대주주 지분투자 딜을 거듭했다. 드라마의 경우 원천 IP는 자체적으로, 제작과 유통은 CJ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내재적인 공급 체인을 완성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