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대면시대 PC업계 생존전략, AS부터 강화해야

최용석 기자
입력 2021.07.13 06:00
코로나 시국의 장기화로 PC 수요와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비대면의 확산으로 재택근무 및 온라인 수업용 PC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PC 사용량이 다시 늘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PC 업계의 AS문제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삼성과 LG를 제외한 PC 완제품과 핵심부품들이 대부분 해외 제조사에서 만든 수입산이고, 그만큼 국내 업체와 비교해 사후지원 면에서 아쉬운 사례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능과 성능이 더욱 향상된 최신 IT 제품일수록 아이러니하게 제품 자체의 고장이나 오작동도 그만큼 발생하기 쉽다. 또, 습하고 무더운 여름철일수록 고장 발생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높은 기온으로 쉽게 과열돼 성능이 저하되거나 다운될 수도 있고, 습도가 높으면 PC 내부 기판 내구성이 떨어지거나 결로현상 등으로 기판이 쇼트(합선)되는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만큼 PC를 비롯한 IT 제품을 구매할 때 ‘사후지원’은 매우 중요한 선택의 지표 중 하나로 작용한다. 아무리 제품이 좋더라도 사후지원의 질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제품만 보고 샀다가 괜히 AS문제 때문에 덤터기를 쓰게 될까 봐 꺼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PC에 관한 거의 모든 제품의 AS 경험담이 SNS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쉽게 공유된다. 질좋은 AS를 받은 사례보다는 서비스 과정 중에 뭔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SNS를 통해 공개되어 구설에 오르기 마련이다. 아무리 평소 사후 지원에 대한 평가가 좋은 브랜드라 하더라도, 한 번 고객 응대에 실패하거나 처리 과정에 소비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 순식간에 해당 브랜드에 대한 평가가 곤두박질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업계를 뒤흔든 ‘그래픽카드 재포장’ 이슈도 수입유통사의 사후 대처가 미흡해서 일이 커진 사례 중 하나다. 누가 보아도 신상품으로 보기 힘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판매처 및 수입유통사에 이의를 제기한 사례였는데, 이에 대해 AS를 책임진 수입유통사가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보다 못한 해당 구매자들이 관련 내용을 커뮤니티에 그대로 공유하면서 공론화된 바 있다.

결국 문제를 제기했던 구매자들은 하자 없는 신품으로 교환을 받긴 했지만, 그 과정에 해당 수입유통사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와 평판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했다.

지방 사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택배를 통한 AS도 마찬가지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비싸게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PC 본체나 핵심 부품을 택배를 통해 AS를 의뢰한 경우, 오고가는 시간을 고려해도 5일 이내에 제품을 돌려받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이는 국내 PC 관련 업체 중 글로벌 3대 제조사가 아닌 이상 지방 AS센터를 광범위하게 구축한 브랜드가 드물고, 따라서 본사 한 곳에만 AS센터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센터 한 곳에 택배 접수 물량이 몰리면서 순번이 늦을수록 빠른 AS를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단독 센터일수록 직접 방문 AS 접수 건보다 택배를 통한 AS 접수 건의 서비스 우선도가 낮은 것도 택배 AS가 더딘 이유 중 하나다.

해당 업체들은 국내 대기업이나 글로벌 규모의 기업에 비해 회사 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만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서비스센터 추가 확충이 사실상 힘들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정말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작정 서비스센터의 수만 늘려달라는 것은 아니다. 택배로 AS를 의뢰한 제품이 센터에 제대로 도착하고 접수가 됐는지, 예상 일정이 대략 어느 정도 되는지만 문자 등으로 통보하는 사소한 업그레이드만으로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즉, 전화도 잘 받지 않는 센터에 매번 전화를 걸어 제대로 도착했는지, 접수가 됐는지 일일히 확인해야 하는 것 자체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만스럽다는 의미다.

한 번이라도 AS에 불편을 겪은 소비자는 이후 같은 브랜드 제품을 꺼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가성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산 브랜드 PC가 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여전히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AS 때문이다.

PC를 잘 아는 소비자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지인이나 친구에게 괜찮은 제품을 추천할 때, 브랜드와 성능을 떠나 AS가 괜찮은 브랜드를 최우선적으로 소개하기 마련이다.

‘비대면’이 일상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택배나 퀵서비스 등 비대면 AS에 대한 수요도 더욱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그런 만큼, PC 및 관련 제품의 제조사 및 수입유통사들도 자사의 비대면 서비스를 전면 재검토하고, 질을 높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아예 AS에 대한 시각도 바꿔야 한다. 이름 그대로 사후 서비스가 아닌, AS 자체를 선제적 마케팅으로 생각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특가 행사’만 남발하는 것으로는 브랜드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기기가 어렵다. 차라리 믿을 수 있으며 친절하고 신속한 AS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면 알아서 홍보되는 시대다.

최용석 기자 redprei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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