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맞춤형 생활가전 ‘비스포크’가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삼성전자 2분기 CE(소비자가전)부문은 비스포크를 앞세워 1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년 동기(7300억원) 대비 40%쯤 증가한 셈이다.

비스포크가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한 결정적 요인 중 하나는 맞춤형 가전 분야에서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을 들 수 있다. LG전자 오브제컬렉션은 프리미엄 라인업인 만큼 가격대가 높은데,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라인업을 일반 가전 대비 가격 차이를 최소화 했다. 가격 인하를 유도한 핵심 이유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국내 중소기업과 협업을 강화한 덕이다.

12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냉장고 ▲김치냉장고 ▲식기세척기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등 일부 가전에서 OEM 또는 OD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해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비스포크 홈 가전을 선보이는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 / 삼성전자
비스포크 홈 가전을 선보이는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 / 삼성전자
김치냉장고는 비스포크 1·3도어 모델을 국내 냉장·냉동가전 생산업체인 ‘DH글로벌’이 생산한다. 에어드레서 생산 역시 이 업체가 맡는다. 신발관리기 슈드레서는 ‘디케이’가 만든다. 소형 공기청정기 큐브에어는 ‘두영’이, 모듈형 정수기는 ‘오비오’가 각각 생산한다. 식기세척기는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가 위탁생산을 담당했다.

반면 LG전자는 초프리미엄 ‘LG 시그니처’ 보다 한단계 아래일뿐 오브제컬렉션을 출시 초기부터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내세웠다. 이에 걸맞게 모든 제품을 LG전자가 직접 개발하고 창원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고가 빌트인 라인업 ‘데이코’와 달리 비스포크에 합리적 가격대를 설정해 고객 접근성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

양혜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4월 27일 ‘비스포크 제트 봇 AI’ 체험 행사에서 "데이코는 고가의 트루 빌트인 제품이고, 비스포크는 한 번에 2000만~3000만원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합리적 가격에 빌트인 룩을 추구하는 소비자를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와 LG전자 오브제컬렉션은 같은 맞춤형 가전이지만 생산 과정에서 차이를 보이는 만큼 동급 제품에서 고객들이 실제 가격 차를 체감하는 편이다. 옵션과 등급에 따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최대 두배쯤 가격 차이가 나는 제품도 있다.

각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삼성 비스포크 김치플러스 3도어 냉장고(313리터·2020년 9월 출시)의 출고가격은 150만원부터 시작한다. 이 냉장고는 DH글로벌이 생산한다. 반면 LG전자가 직접 생산하는 LG 디오스 김치톡톡 오브제컬렉션(323리터·2020년 10월 출시)의 출고가격은 214만5000원이다.

삼성전자는 3월 비스포크 콘셉트를 자사 생활가전 전체로 확대한 ‘비스포크 홈(BESPOKE HOME)’ 제품 출시를 발표하면서 분야별 전문 업체들과 오픈 협업 시스템인 ‘팀 비스포크’를 구축하고 비스포크 생태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팀 비스포크는 대창, 디케이, 두영실업, 오비오 등 부품·제조 분야의 테크 파트너가 포함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소비자에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 제조 역량이 뛰어난 파트너사들을 발굴해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