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게임 이용자, 업계가 ‘게임 셧다운제’ 일명 신데렐라법 폐지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여성가족부 소관의 강제적 셧다운제를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해 선택적 셧다운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부모를 중심으로 한 반대 진영에서는 아이들의 게임중독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IT조선은 10년 만에 다시 불 붙은 게임 셧다운제 폐지론의 재점화 이유를 살펴보고, 실현 가능성을 짚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셧다운제 폐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게임중독의 질병코드 규정 논의가 셧다운제 폐지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셧다운제 폐지는 부모의 자율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꾸준히 제기된 논란으로 본격적으로 공론화 단계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기게임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에 포함되면서 본격적인 논란에 휩싸였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대표 게임 마인크래프트 / 조선DB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대표 게임 마인크래프트 / 조선DB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를 중심으로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거나 재정비 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11년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방지와 수면권 보장을 위해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도록 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청소년보호법 26조)’를 여가부 소관으로 도입했다. 이 외에도 문체부 소관의 ‘선택적 셧다운제(게임시간 선택제)’를 운영해 왔다. 18세까지의 청소년이나 법정대리인이 요청할 경우 게임 이용시간, 방법 등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초통령 게임 ‘마인크래프트’ 별안간 19세 게임(?)

셧다운제 폐지의 본격적인 발단은 최근 등장한 청와대 청원이다. 지난 2일 등장한 청원은 ‘마인크래프트의 성인게임화를 막아달라’는 것이 골자다. 현재 10만5000명 이상이 동의한 해당 청원글은 "한국은 교육적이고 창의적인 게임의 대명사인 마인크래프트가 성인 게임으로 전락하는 전무후무한 게임 시장이 될 것이다"라며 "유명무실한 셧다운제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인크래프트는 이용자들이 가상 세계에서 서바이벌 생활을 하거나 블록을 이용해 자유롭게 건축물을 지으며 활동하는 게임이다. 12세 이용가 게임으로 초등학생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어 초통령 게임으로 불린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마인크래프트의 로그인 방식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MS는 올해 초 "오는 12월부터 국내 만 18세 이상 이용자만 마인크래프트에 로그인이 가능하도록 변경하겠다"고 했다.

앞서 MS는 2014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인 모장스튜디오를 인수한 후 지금까지 국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모장스튜디오를 통해 로그인 하는 방식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초 원활한 관리와 보안 문제 해결을 위해 모장스튜디오와 엑스박스 라이브 사용자 계정을 통합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2012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만 18세 이상만 엑스박스 게임 가입자로 등록이 가능하다. 셧다운제 때문이다. MS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대 플레이를 제한하는 ‘한국용 서버’를 따로 구축·관리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이용 가능 연령을 높였다. 이에 따라 기존에 게임을 즐기던 미성년 이용자들이 오는 12월부터 게임을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MS는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라며 "올해 말 구체적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여가부 역시 마인크래프트 사태가 촉발한 셧다운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개선책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7월말 정치권, 산업계와 회의를 주재하고 셧다운제와 관련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최성유 여가부 청소년정책관은 "청소년 보호제도가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노력을 하는 한편,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청소년 보호 주무부처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가부 주도의 셧다운제 개편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청소년 보호정책과 셧다운제도는 상이한 정책이다"라며 "무조건 법으로 막으려고 하면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마인크래프트 커뮤니티가 올린 ‘셧다운제 폐지’ 청원. / 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마인크래프트 커뮤니티가 올린 ‘셧다운제 폐지’ 청원. / 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정치권도 앞다투어 가세

청원 등장 이전과이후 국회도 셧다운제 폐지에 본격적으로 달라붙는 모양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들은 기존 셧다운제에 대항하는 법안을 앞다퉈 발의했다.

전용기 의원은 "셧다운제 논란이 발생하기 1년 전부터 폐지 법안 발의를 준비했다"며 "청소년보호법 26조의 강제적 셧다운제는 게임중독 방지와 수면권 보호라는 입법 취지와 달리 제대로 된 효과 없이 산업 분야 위축과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야기한 대표적인 악성규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30세대는 해당 법안이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고 생각해 셧다운제 폐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29일 강제적 셧다운제 ‘완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강제적 셧다운제를 유지하되, 친권자가 허락할 경우 청소년이 심야시간에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풀어준다는 취지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7월 5일 강제적 셧다운제 완전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고교생 자녀를 둔 엄마로서 게임에 과몰입하는 아이를 둔 부모의 걱정을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게임이 갖는 문화·경제적 측면을 고려할 때 게임을 중독이라고 표현하거나 규제를 위한 규제로 통제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게임의 인식과 위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7월 9일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권 의원은 여기에 더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지원 정책을 담은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