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메타버스 홀릭에 빠졌다. 최신 디지털 트렌드인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해서다. 특히 각 은행장들이 직접 아바타를 생성해 메타버스 행사를 진두지휘하는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해 이를 활용하려는 전략이 눈에 띈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메타버스 활용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차세대 고객으로 꼽히는 MZ(밀레니얼+Z세대)세대와 소통해 이들을 미래 먹거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을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를 의미한다.

 / 하나은행
/ 하나은행
하나은행, 메타버스 공간에 하나글로벌캠퍼스 오픈…MZ세대와 소통

하나은행은 12일 오후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해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현했다. 가상세계에 건설된 하나글로벌캠퍼스는 하나금융그룹이 첫 번째로 공개한 메타버스 공간이다. 2019년 5월 인천 청라에 오픈한 연수원의 구조와 외형을 생생하게 구현해 냈다.

메타버스 연수원은 올해 입사한 하나은행 신입행원들이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제페토 내 아바타 캐릭터 ‘라울(Raul)'을 생성해 참석했다.

박성호 은행장은 "신입행원이 가상세계에 스스로 만들어낸 하나글로벌캠퍼스는 하나은행의 도전정신과 혁신을 보여주는 우수한 사례다"라며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하나은행 곳곳에서 계속될 수 있도록 주변 MZ세대 목소리를 응원해 줄 것과 많은 직원과 손님이 하나글로벌캠퍼스 방문과 체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하나글로벌캠퍼스를 통해 젊고 역동적인 기업 이미지를 널리 알리고, 향후 직원들이 메타버스 연수원 체험은 물론 비대면 소통의 장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자발적인 학습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고광석 우리은행장이 ‘전광석화’라는 닉네임으로 메타버스 속에서 MZ세대 은행원들과 만났다. / 우리은행
고광석 우리은행장이 ‘전광석화’라는 닉네임으로 메타버스 속에서 MZ세대 은행원들과 만났다. / 우리은행
우리은행 ‘메타버스’타고 디지털 혁신 가속

우리은행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은행장과 MZ세대 직원이 디지털 마인드 확산과 미래 고객의 이해·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메타버스 타고 만나는 WOORI-MZ’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는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점프버추얼밋업을 활용했다.

우리은행 역시 권광석 은행장이 직접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고 MZ세대 직원들과 만났다. 권 행장은 ‘전광석화’라는 닉네임을 만들고 신입직원들에게 이를 부르게 하며 은행장과 행원이라는 직급에서 벗어나 MZ세대 직원들과 수평적인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권광석 은행장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MZ세대 직원과 소통 시간은 디지털 트렌드와 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시도였다"며 "우리은행 구성원이 서로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회의 영역이 될 것이다"라며 "우리은행이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메타버스 플랫폼의 활용 기회를 제공하고, 메타버스 내에서 구현 가능한 다양한 서비스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한·KB국민도 메타버스 ‘열공’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메타버스 활용에 적극이다.

특히 신한은행은 신한금융지주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관련 투자에 나섰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판교에 디지털 이노베이션 휠을 열고 그룹의 디지털 혁신 플랫폼 개발 조직인 TODP추진단 공식 사무소로 활용한다. 특히 TODP는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개소식에서 "금융의 경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초부터 KB메타버스 테스트베드를 추진한다. KB국민은행은 테스트베드에서 워크숍과 회의, 가상은행(지점), 고객 상담, 디지털 고객 체험관 등 다양한 콘텐츠를 구축할 계획이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