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습관의 변화를 통해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운전습관 변화로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수 있다. / IT조선 DB
운전습관 변화로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수 있다. / IT조선 DB
영국 방송 BBC가 13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사람들의 운전 습관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차량을 운전하는 방식에 미묘한 차이가 나타나며, 과학자들은 이것이 알츠하이머의 초기 단계를 유추할 수 있다고 말한다.

토론토 대학 박사 과정의 사예 바야트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주의 65세 이상 노인 139명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주행을 면밀히 관찰했다.

사예 바야트는 "방문 장소에서부터 운전 방법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일상적인 환경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그들의 건강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 줄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 연구에 참여한 이들 중 약 절반은 이미 알츠하이머의 매우 초기이거나 잠복기로 판정받았다. 참가자들의 운전 습관을 분석한 결과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들은 운전을 더 천천히 하고, 급작스럽게 차선을 바꾸고, 밤 운전은 피하고, 전반적으로 운전을 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또한 운전할 때 조금 더 제한된 경로를 고수하며, 방문하는 목적지도 제한적이었다.

이 연구 이전에는 척수액 검사 및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 스캔과 같은 의료 검사를 사용해 참가자를 알츠하이머병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눴다.

바야트는 "운전 데이터의 결과를 사용해 나이와 GPS 데이터만으로 잠정적으로 알츠하이머에 걸릴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설계할 수 있었고, 정확도는 86%였다"며 "이런 몇 가지 지표들을 사용해 한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는지 아닌지를 매우 높은 확신으로 식별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 연구의 이점은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에 상태를 감지하고 저비용으로 치료를 마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상의 이점이 있더라도 노인들이 자신의 행동을 그렇게 밀접하게 추적하기를 원하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사람들이 알츠하이머에 걸렸을 때 운전 습관이 변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는 치매에 걸리면 운전자가 간단한 여행을 마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더 불규칙하게 운전하거나, 어떤 페달을 밟아야 할지 혼란스러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정의했다.

바야트는 "의도적으로 천천히 운전하는 미묘한 변화를 조기에 감지하는 것은 까다롭다며, 이러한 차이점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을 위해 오랜 기간의 운전 상황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고 말한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참가자가 밤에 운전을 덜 하고, 집 주변으로 운전을 제한하거나 예상보다 더 느리게 이동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의도적인지 아니면 꾸준한 행동인지는 관찰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많이 수집하다 보면 운전의 변화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영국 알츠하이머 연구소의 로라 핍스는 "이 연구가 정말 흥미롭다"며 "운전 행동의 변화는 나중에 이 병을 진단받은 사람의 가족 구성원들에 의해 종종 발견된다"고 덧붙였다.

핍스 박사는 "그들이 알아차린 첫 번째 증상이나 징후 중 하나는 길을 잃기 시작했다는 것이다"라며 "연구 결과, 실제로 이 병은 증상이 나타나기 20년 전에 뇌에서 시작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하순명 기자 kidsfoca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