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6월 22일 영국 사우샘프턴대와 에든버러대 연구팀이 디카페인 커피나 인스턴트커피, 원두커피 등 그 종류와는 관계없이 하루에 커피를 3~4잔 마시면 만성 간 질환 위험이 20% 이상 감소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BMC 공중보건'(BMC Public Health)’에 발표했다는 연합뉴스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커피를 마시는지와 그 소비량이 알려진 참가자 49만4천585명에 대한 병원 진료 기록이 담긴 UK 바이오뱅크 자료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지난 10년 이상 기간에 커피 소비 여부, 마신 커피 종류, 커피 소비량 등이 만성 간 질환 발생 및 그로 인한 사망 등과 관계가 있는지를 추적한 결과이다. 오늘날 커피에 대한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는 와중에 커피가 건강에 유익한 영향을 미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보고 무척 반가웠다.

위 연구에서 분석한 3종류의 커피 중 디카페인 커피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인스턴트커피와 원두커피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간단히 구분한다면, 커피가루에 물을 부어 만드는 것은 똑같지만 인스턴트커피는 찌꺼기가 남지 않고 원두커피는 찌꺼기가 남는다. 옛날 다방에서 커피에 프림과 설탕을 추가하여 마담이 조제하여 주던 커피는 인스턴트커피를 이용한 것이다. 그 외, 편의점이나 슈퍼에서도 맥심, 맥스웰, 그레뉼커피 등 인스턴트커피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식품공전에서 "커피는 커피원두로 가공한 것이거나 또는 이에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첨가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그 종류로는 볶은커피, 인스턴트커피, 조제커피, 액상커피로 나누고 있다. 볶은커피는 커피생콩을 볶은 커피원두 또는 이를 분쇄한 것으로 아직 추출하기 전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인스턴트커피는 볶은커피로 수용성추출액을 만든 후 다시 냉동건조한 것이다. 조제커피는 볶은커피 또는 인스턴트커피에 식품 및 식품첨가물을 혼합한 것으로 흔히, 인스턴트커피에 프림과 설탕을 섞어놓은 믹스커피가 이에 속한다. 또한 카페에서 판매하는 카페라테나 카푸치노 등도 이에 속한다. 액상커피는 볶은커피를 추출한 것이나 농축액, 인스턴트커피를 물에 용해한 것, 이에 당류나 유가공품 등을 혼합하여 음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서 커피고형분 0.5% 이상이 포함된 제품을 말한다.

볶은커피는 일명, 원두커피라고 말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커피생콩을 로스팅 한 것이 볶은커피이고 이를 분쇄한 후 물을 부어 음료로 만들어 마시는 것이 원두커피인 셈이다. 추출도구로 커피머신을 사용하던지 드리퍼를 이용하여 핸드드립 하던지 아니면 커피메이커나 다른 도구 등을 사용하여 음료를 만들든지 간에 모두 커피찌꺼기를 남기게 된다.

반면, 인스턴트커피는 앞에서 말한 볶은커피를 사용하여 추출과정을 미리 공장에서 진행하여 추출액을 만들고 이를 건조하고 고체화시킨 것이다. 즉, 분쇄된 커피 가루에 물을 부어 커피를 추출하면서 나오는 추출액을 미세하게 분사시키면서 열풍건조 또는 급속동결건조하여 고체화시켜 보관하였다가 언제든지 뜨거운 물을 부어 녹여 마실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당연히 커피 찌꺼기는 남지 않는다.

인스턴트커피의 역사는 대략 100년 남짓하다. 19세기 말에 스코틀랜드에서 액상진액(essence)을 이용한 인스턴트커피인 솔루블커피가 개발되었고, 1900년 일본의 화학자가 시카고의 커피업자단체에 자신이 개발한 솔루블커피를 소개하고 1901년 범미 박람회에서 판매하기도 하였으나, 인스턴트커피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전쟁을 통해서였다.

1910년 무렵 조지 워싱턴(G. Washington)이라는 사람이 미국 뉴욕에서 ‘리파인드 커피(G. Washington’s Refined Coffee)’라는 인스턴트커피를 시장에 내놓아 제법 유명세를 치르게 되었다. 1918년 여름 제1차세계대전 중 미 육군이 조지 워싱턴의 인스턴트 커피 생산량 전부를 병사용 식량으로 징발하면서 크게 유명해졌다. 그 무렵 다수의 커피사업자들도 인스턴트커피를 만들어 미군에 납품하던 그해 11월 전쟁이 끝나면서 인스턴트커피시장이 갑자기 없어져 버렸다.

그러던 중 네슬레(Nestle)사는 수년간의 연구를 통해 1937년 최초로 설탕과 건조커피를 혼합한 인스턴트커피를 개발하여 1938년 네스카페(Nescafe) 이름으로 출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네슬레의 네스카페와 맥스웰하우스, G. 워싱턴 등이 생산한 인스턴트커피 생산 전량이 군에 징발되어 참전 군인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인스턴트커피 산업은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다. 더욱이 1950년에 미국에서 보통의 로스팅 커피 가격이 파운드당 80센트까지 치솟자 값싼 인스턴트커피를 찾는 수요가 급증했다. 1952년 말 무렵에는 인스턴트커피가 미국 전체 커피 소비에서 17%를 차지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6.25 전쟁 때 미군에 의해 인스턴트커피가 전파되었다. 그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커피라 하면 원두커피만을 의미하였다. 인스턴트커피 생산을 위해서는 원두커피 추출액을 건조하는 기술력뿐 아니라 높은 타원형의 분사 시설과 후처리 공정 시설을 마련하여야 하므로 공장 건설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였다. 1970년 초반에 동서식품이 미국의 ‘제너럴푸드’와 기술제휴를 맺고 처음으로 ‘맥스웰하우스’ 커피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인스턴트커피가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전에 시중에 유통되던 커피는 대부분 미군 PX를 통해 불법적으로 암거래되던 것이었다.

인스턴트커피는 빠르고 간편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대체로 원두커피에 비하여 맛과 향미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커피는 로스팅 한 지 2주 이내, 분쇄한 지 30분 이내에 추출하여 마실 때 최상의 맛과 향미를 나타낸다. 커피의 품종과 원산지에 따른 특유한 맛과 향미를 살리기 위하여 세심하게 추출하는 원두커피와 비길 바가 아니다.

사실 19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동결건조 인스턴트커피에 프리마나 설탕을 추가하여 마시는 조제커피를 마시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러다가 2000년을 넘어오면서 우리나라에서 원두커피가 크게 인기를 얻게 되자, 인스턴트커피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스턴트커피를 주로 팔던 다방이 몰락한 것도 그 이유의 하나인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조제된 인스턴트커피를 찾고 있다. 그러나 인스턴트커피 업체는 원두커피를 추가한 새로운 인스턴트커피를 개발하는 등 계속 변신하고 있다. 즉 원두커피의 향미와 이미지를 추가한 제품이 새롭게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동서식품의 ‘카누’, 남양유업의 ‘루카스나인’, 롯데네슬레코리아의 ‘네스카페’ 등이 그러한 제품이다.

심지어 유명 커피프랜차이즈나 체인점도 원두커피로 자체 인스턴트커피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비아(Via)’, 이디야의 ‘비니스트(Beanist)’, 카페베네의 ‘마노(Mano)’, 할리스의 ‘카페투고(Caffe to go)’ 등이 이에 속한다. 최근에는 특히 스페셜티커피를 다루는 전문커피점까지도 인스턴트커피를 만들어내기 시작하였다. 국내에서는 카페 리브레의 ‘나초(Nacho), 노띵커피, 산토리니 커피 등이 있고 국외에서는 ‘서든커피(Sudden Coffee)’, ‘보일라(Voilla)’ 등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인스턴트커피 외에도 주스나 탄산음료처럼 커피를 캔이나 페트병에 담아 바로 마실 수 있는 상태로 포장된 RTD(Ready to Drink) 액상커피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슈퍼나 편의점의 매대에 다양한 종류의 RTD 액상커피 음료가 가득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1997년 매일유업에서 ‘카페라’를 RTD 액상커피 제품으로 출시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대형매장에 진열된 RTD 제품들
대형매장에 진열된 RTD 제품들
현재에는 스타벅스, 이디야, 엔제리너스커피와 같은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에스프레소는 물론 우유를 가미한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고, 블루보틀, 핸디엄 같은 개인 커피전문점도 콜드브루 RTD 액상커피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RTD 액상커피 시장의 규모는 2013년 9,528억원에서 2019년 1조 3,479억원으로 약 41% 증가하고 있다. RTD 액상커피는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식품점(포스기를 1대 이하 보유한 슈퍼마켓이나 식품판매점)과 할인점(대형 할인마트)이 그 뒤를 잇고, 체인슈퍼(대규모 유통 체인을 형성한 슈퍼마켓)과 독점슈퍼(포스기 2대 이상을 보유한 중대형 개인 슈퍼마켓)는 비슷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2019년에는 전체 RTD커피 제품이 편의점에서 73%까지 판매되어 압도적 결과를 나타냈다.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은 ‘컵 커피’이고, 그다음으로 캔, NB(New Bottle), 병 순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다.

RTD 액상커피는 냉장고에서 제품을 꺼내 바로 마실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물에 녹여야 하는 인스턴트커피의 불편함 마저 없앤 편리성 측면에서는 어떤 제품도 따를 수 없다. 그러나 RTD제품은 환경 측면에서는 고려해야 할 바가 다소 있다.

RTD제품의 용기로 플라스틱 재질의 컵, 철 소재나 알루미늄 소재로 된 캔, 유리병, 페트병, 파우치 등이 사용되고 있다. 플라스틱 재질의 컵은 깨지지 않고 휴대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환경호르몬 발생 등 환경에 유해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캔커피 중 철소재의 캔은 냉장성이 좋아 찬 음료로 냉기를 유지하기는 좋으나 열이나 전기 등의 전도성이 커서 부식될 우려가 크다. 반면 알루미늄 소재는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고 잘 찌그러진다는 단점이 있다. 병은 환경호르몬 발생 우려가 적고 재활용이 가능하여 친환경적인 면이 있다. 화학적 내구성에도 강하여 산, 알칼리에 대응해 맛이 쉽게 변하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갈색병은 자외선 차단 효과까지도 있다. 하지만 병은 무겁고 깨지기 쉬운 단점이 있다. 그래서 병 대신 페트병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페트병은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환경호르몬이 빠르게 증가할 우려가 있다.

2020년 말경 정부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20% 감축하고 재활용 비율을 70%까지 높여서 2050년까지는 석유계 플라스틱 사용을 바이오 플라스틱 사용으로 100% 전환하겠다는 「생활폐기물 탈(脫)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하였다. 이에 현재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RTD 컵커피 제품은 용기의 재질을 플라스틱에서 속히 친환경소재로 바꿔야 한다. 또한 컵 용기 표면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야 하는 방안도 마련하여야 한다. 판매가 급증한 만큼 재활용이 가능한 새로운 친환경 용기를 시급히 개발하고 재활용 방안까지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인스턴트커피는 커피믹스와 같은 새로운 조제커피 상품으로 변신하였다가 최근에는 원두커피의 맛과 향미를 추가한 새로운 제품으로 계속 변모하고 있다. 또, 커피전문점이 아닌 편의점이나 슈퍼의 냉장고에서 꺼내서 바로 마실 수 있는 RTD 액상커피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커피 시장은 시장의 수요에 따라 계속 발전하고 성장하고 있다.

원두커피든 인스턴트커피든 심지어 디카페인 커피든 커피의 종류와 무관하게 하루 3-4잔 정도의 커피를 마시면 만성 간 질환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하니, 자신의 기호에 맞는 커피를 즐기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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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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