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그룹이 무더운 여름 삼중고를 겪는다. 기존 생산직 중심 노조의 파업 위협과 사무·연구직 중심 MZ세대 노조와의 갈등, 코나EV 화재 재발생과 포터EV 전기트럭 신규 화재 등 사태까지 겹치며 혹독한 더위 세례를 맞았다. 최근 국민청원으로 등장한 현대 글로비스 지분 관련 사회 환원 문제도 고충 중 하나다.

현대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전경 / 현대자동차
현대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전경 / 현대자동차
1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7월 가시화됐던 3년만의 노조파업에서 쟁의권을 지닌 생산직 노조와 가까스로 대화를 이어가면서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노조와 사측간 의견 차이가 팽팽하다보니 살얼음판을 걷는다.

노조와 사측의 첫 대면당시 서로 제시했던 기본급 제안부터 차이가 크다. 생산직 노조에서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64세까지 정년연장을 요구했는데, 사측이 신규 직원 채용을 할 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 난색을 표했다.

4월 공식 출범한 현대차 사무·연구직 노조의 목소리도 현대차그룹 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사무·연구직 노조는 성과제도의 변혁과 직원 발전을 위한 인센티브 추가 등을 요구했다. 정년 연장을 주된 요구사항으로 잡은 기존 노조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사무·연구직 노조는 올해 쟁의권을 갖지 못했지만 추후 현대차그룹 내 미래차·모빌리티 산업 등을 이끌어갈 MZ세대와 연구직이 주축이다보니 사측에서도 신경을 안쓸 수 없다.

전기차 화재도 현대차 그룹에게 시름을 안기는 요소다. 여름철 기온 상승과 전기차 배터리 화재 간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과거 코나EV 화재 발생건수 중 절반쯤이 6~8월에 몰려있어 추후 여름철 화재가 재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6~7월 전기차 화재 4건을 겪었다. 6월 18일과 23일에 각각 국내 충남 보령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코나EV 화재가 발생했다. 7월 1일에는 세종시에 주차해 뒀던 코나EV에서 불이 났다. 14일에는 1톤 전기트럭 포터EV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현재 소방서 등 관련 당국에서 화재 인과관계를 조사중이다.

현대 글로비스 주식 관련 사회환원 이슈도 재차 제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최근 "현대차는 2006년 4월 19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환원하기로 약속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포터EV 화재의 경우 현재 조사중인 상태로 정확한 사항은 아직 알 수 없다"며 "소방서 등 관계부서와 함께 합동감식에 나선다해도 결과가 나오는데는 일정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대 글로비스 주식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현대차는 사회 환원을 위해 정몽구 재단에 현금 8400억원을 출자했다"며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