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성장판 열리는데…삼성 美 투자는 답보

이광영 기자
입력 2021.07.20 06:00
미국 인텔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3위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착수하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 내 제2 파운드리 투자를 위한 의사결정 지체를 겪는다.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 추격이 어려운 것은 물론, 향후 2위 자리 조차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과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인텔은 글로벌파운드리를 소유한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인베스트를 상대로 총 300억달러(34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 계약을 논의 중이다. 글로벌파운드리는 WSJ 보도와 관련해 아직까지 협상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반도체 업계는 인수 협상액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교섭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1월 평택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는 모습 / 삼성전자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면 파운드리 시장에서 단숨에 세계 3위로 도약하며 2위까지 넘볼 수 있는 성장판이 열린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파운드리 시장점유율(1분기 기준)은 TSMC가 55%로 압도적 1위다. 삼성전자가 17%, 글로벌파운드리와 UMC가 각각 7%로 뒤를 잇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글로벌파운드리 M&A 추진은 최근 파운드리 사업 확대 발표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며 "인텔은 미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양강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성공할 경우 파운드리 경험과 양산 기술력이 뒤처진다는 우려를 단숨에 극복할 수 있다. 막대한 자금력과 미 테크 기업들의 지원사격,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으로 재편하는 미 정부의 지원은 덤이다.

인텔은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 취임 후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겔싱어 CEO는 3월 200억달러(23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새로운 파운드리 두 곳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팻 겔싱어 인텔 CEO / 인텔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국가 안보를 이유로 네덜란드 정부에 ASML이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파운드리 1·2위인 TSMC, 삼성전자가 이 장비 확보에 열을 올렸는데, 인텔도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위해 장비 확보전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후발주자 인텔의 위협에 직면했음에도 170억달러(19조원)를 투입하는 미 신규 파운드리 공장 건설이 지지부진하다. 김기남 부회장은 5월 말 한미정상회담에서 조만간 구체적 투자 소식이 있을 것으로 발표했지만, 아직도 공장 후보지 조차 선정하지 못했다.

유력한 후보지였던 텍사스주 오스틴시 트래비스 카운티와 인센티브 협상이 원만하지 못한 상황에서 같은주 중부 윌리엄슨 카운티가 새로운 후보지로 떠올랐다. 2월 텍사스주의 기습한파로 인한 오스틴시의 단전·단수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지을 경우 착공은 2022년 1분기가 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내 투자를 결정해 이르면 3분기 착공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미 현지 투자가 6개월 이상 지연되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부에선 평택 2·3공장에서 파운드리 양산을 앞당길 경우 미국 투자가 급하지 않다는 시선도 있을 것이다"라면서도 "1위 TSMC와 격차가 벌어지고 인텔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 지연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하는 삼성의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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