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가 빗썸의 단일 최대주주인 비덴트의 2대 주주 자리를 약속받으면서 빗썸에 상장된 위믹스 토큰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가상자산 사업자 규제를 강화하면서 위믹스 토큰이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다만 빗썸 상장 여부는 위메이드가 추진하는 블록체인 사업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위메이드가 비덴트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시기는 내년 7월로 아직 기간이 넉넉한데다 위메이드가 일단 토큰 거래 활성화보다는 토큰이 활용될 생태계 확대에 주력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위믹스 백서 내용
위믹스 백서 내용
금융위, ‘자체·관계사 발행 취급 금지’ 입법예고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16일 열린 비덴트 투자 컨퍼런스 콜에서 위믹스 토큰의 빗썸 상장 폐지 가능성에 대해 "무관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내부적 검토를 거쳐 현행법상 규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컨퍼런스 콜에서 이렇게 밝힌 건 특금법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6월 17일 가상자산 사업자가 자신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발행한 가상자산을 상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특정금융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가 자체 코인을 발행해 자사 플랫폼에 상장하는 것을 막고 있다. 아울러 관계사가 발행한 코인 유통도 차단한다.

특수관계인이란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 4촌 이내의 인척, 또는 본인과 앞서 언급한 관계에 있는 사람을 합해 총 30% 이상의 지분을 출자한 경우를 말한다. 아울러 이사·집행임원·감사의 임면 등 법인이나 단체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하여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우에도 특수관계인에 속한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법적 검토를 마치고 특수관계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설령 규제가 강화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마땅히 법률을 준수해 유연하게 대처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위메이드가 빗썸의 경영권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 여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위메이드는 15일 공시를 통해 비덴트의 이사 지명과 경영에 참여할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 위메이드는 비덴트의 이사 5명 중 1명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빗썸홀딩스에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3~4%로 관측된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경영참여는 주주 레벨에 따라 다르다"면서도 "전략적 제휴로 빗썸이 더 좋은 회사가 되도록 위메이드의 역량을 쓰는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위메이드의 역량이 도움이 되게 할 것인지는 계속 이야기할 예정이다"이라고 경영 참여를 암시했다.

위메이드부터 빗썸까지 이어지는 복잡한 지분 구조…경영권 참여 암시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위메이드와 빗썸의 대략적인 지분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믹스 토큰을 발행한 위메이드트리는 위메이드의 자회사다. 위메이드는 2018년 1월 25일 10억원을 투자해 위메이드트리를 설립, 지분 79%를 보유하고 있다. 위메이드트리는 지난해 10월 위믹스 토큰을 빗썸에 상장시켰다. 총 발행량은 10억개, 시장 유통량은 이 중 4.8%인 4840만개 정도다.

비덴트는 빗썸코리아의 지분 34.24%, 빗썸코리아의 지주사인 빗썸홀딩스의 지분 10.25%를 갖고 있다. 위메이드가 출자키로 한 호연아트펀드1호 투자조합은 비덴트가 1년 전 발행한 5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

BW는 발행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말한다. 위메이드가 호연아트펀드1호의 권리를 행사하면 비덴트의 보통주 619만주를 인수하게 된다. 지분율 11.6%로 비덴트 2대 주주에 오른다. 위메이드 → 호연아트펀드 → 비덴트 → 빗썸홀딩스 또는 빗썸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위믹스 상폐 논의는 내년 7월 되어야…플랜B 있나

다만 BW 행사 가능 시기는 내년 7월이다. 위믹스 상장 폐지에 대한 논의도 그즈음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 강화에 대응할 시간이 충분한 셈이다. 위믹스 토큰 상장 폐지 가능성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충분한 법적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이라고 답했다.

설령 빗썸에서 위믹스 토큰을 상장 폐지한다고 해도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위믹스는 올해 1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비키(BiKi)에 위믹스를 상장해뒀다. 또 게임 토큰을 위믹스 토큰과 거래할 수 있는 자체 개발 가상자산 거래소 ‘위믹스 덱스(WEMIX DEX)’를 지난 2월 출시한 상황이다. 이밖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있어 선택지는 다양하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위믹스를 런칭한 목표는 글로벌 생태계에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라며 "생태계가 활발해지면 자연스럽게 위믹스 토큰의 거래량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