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2013년 ‘공공 소프트웨어(SW) 시장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통해 대기업의 공공 SW 사업 참여를 금지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해외 진출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중견기업들도 100% 만족하지 못했다. 참여 예외 인정 비율이 높아 실질적인 제한 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가 시행된지 7년 만에 제도에 손을 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시를 통해 신시장 창출과 해외진출이 가능한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부분 허용하는 등 제한을 일부 완화했다. 그런데도 SW진흥법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한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 단초가 됐다. 여당 의원들조차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채 발의되다 보니 중견SW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IT조선은 최근 SW진흥법을 둘러싼 업계의 의견을 살피고,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와 현황들을 분석했다.

소프트웨어(SW)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법안은 개정안이 나올 때마다 진통을 겪는 대표적인 법안이다. 이번엔 한준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이 5월 발의한 SW진흥법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항의하는 이미지 / 픽사베이
항의하는 이미지 / 픽사베이
20일 SW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SW 진흥법 개정안과 관련해 중소·중견 SW 업계가 국회와 정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다.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 한국SW·ICT총연합회, 한국데이터산업협회, IT서비스중견기업CEO협의회 등은 최근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수정하는 ‘SW진흥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철회해 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발의된 법안이 충분한 검토와 소통 없이 나왔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한 의원이 발의한 일부 개정 법률안을 보면, 개인정보·위치정보 등 개인의 사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중 대기업 SW 사업자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사업인 경우 대기업 참여를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기업인 SW 사업자의 참여가 필요한 경우 사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과 협의를 해야 한다는 조항은 신설됐다.

중견 SW 업계는 국가기관의 장이 원한다면 사실상 제한 없이 공공 SW사업에 대기업 참여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SW 진흥법의 입법 취지와 중소기업 육성 기본 취지에 크게 훼손되고 본 제도는 형해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또 사전에 과기부장관과 협의만 하면 대기업을 참여시킬 수 있는 것은 현행 SW 진흥법 제48조 제5항의 과기정통부의 사전심의 권한을 무력화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개인 사생활 영향 주는 사업에 대기업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중소·중견기업들은 개인정보를 유출할 우려가 있다'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 편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개인 사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 대기업 참여 대상이 될 경우, 2020년 100억원 규모의 공공 SW 사업 중 무려 90%가 넘는 사업이 대기업 참여 가능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사실상 기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무력화한 셈이다.

IT서비스 중견기업 CEO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최현택 대신정보통신 대표는 "보안업체들의 솔루션을 SI 업체들이 통합해 제공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안은 대기업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잠재적 범죄자'란 표현이 과하긴 했지만 SI 업체들이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유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도의 차세대 기술분야에서는 이미 대기업 참여제한이 풀려있는데, 개인정보·위치정보 등 개인의 사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또 넣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며 "2020년 개정안이 통과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협의와 소통을 거치지 않은 채 발의된 법안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다른 중소·중견·대기업 회원사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IT서비스산업협회 관계자는 "회원사 규모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낸 적도 없고, 앞으로 낼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