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2013년 ‘공공 소프트웨어(SW) 시장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통해 대기업의 공공 SW 사업 참여를 금지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해외 진출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중견기업들도 100% 만족하지 못했다. 참여 예외 인정 비율이 높아 실질적인 제한 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가 시행된지 7년 만에 제도에 손을 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시를 통해 신시장 창출과 해외진출이 가능한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부분 허용하는 등 제한을 일부 완화했다. 그런데도 SW진흥법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한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 단초가 됐다. 여당 의원들조차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채 발의되다 보니 중견SW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IT조선은 최근 SW진흥법을 둘러싼 업계의 의견을 살피고,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와 현황들을 분석했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SW진흥법)을 발의한 국회의원은 상당수 있다. 일부는 ‘대기업의 공공부문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반면, 반대로 완화하거나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쪽도 있다.

하지만 최근 국회 내에서 한 국회의원이 서로 상충된 법안에 모두 참여하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같은 당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온도차가 상당한 내용에 대표발의자로 이름을 올리는 식이다. 법안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국회 내에서의 오락가락 행보가 SW 업체 간 갈등을 오히려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의사당 본관/ IT조선
국회의사당 본관/ IT조선
21일 국회 등에 따르면, SW진흥법 개정안과 관련해 여당 의원은 물론 이해관계자 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본회의 안건으로 과정 중 하나인 법안소위를 통과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20년 8월과 10월 김경만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이용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SW진흥법 개정안 대표 발의를 통해 중소·중견 SW 업계 보호를 위한 대기업 참여제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SW진흥법 상에는 대기업 참여 제한 예외로 ‘국가안보 등과 관련한 사업’이라는 규정이 나온다. 김 의원은 이 부분이 불명확하다고 판단했다. 대기업의 참여제한 예외 신청이 이뤄지는 것이 이유다. 김경만 의원은 중소 SW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SW진흥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해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용빈 의원은 대기업을 참여시킬 수 있는 불가피한 사유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로 제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시정 요청에 대해 국가기관 등의 장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따르도록 규정을 바꾸고자 했다.

김 의원과 이 의원의 개정안 모두 대기업 참여 예외 인정사례를 줄여 SW진흥법 규제를 강화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하지만 5월 한준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기존 입장과 정반대 내용을 다룬다. 한 의원은 국가기관의 장에게 ‘개인정보·위치정보 등 개인의 사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의 경우 대기업 참여를 인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자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대기업 참여를 인정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중견 SW업계는 한준호 의원의 법안 발의 후 강하게 반발했다. 반대 성명을 내며 법안 철회를 요청했다.

의원들의 법안 발의와 별개로, 일부 여당 의원은 결이 다른 두 법안에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대기업의 공공시장 참여에 대한 입장이 완전히 다른 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얻는다.

중견 SI 업계 한 관계자는 "한준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중견SW가 죽는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의원이 법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공동 발의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을 수도 있는데 신중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IT조선은 두 개의 법안 발의에 모두 참여한 한 의원실에 전화해 이유를 묻고자 했으나, 대표발의한 의원실에 확인해달라는 답변만 받았다.

이용빈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에게 일일이 이유를 물어볼 순 없다"며 "그분들도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 의원은 여전히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강화가 맞다는 방향에 의지가 있다"며 "한 의원실에도 이러한 의지를 알렸다"고 말했다.

한준호 의원실 관계자는 "대기업 참여의 우려에 대해서는 충분히 들었지만, 그들만(중견SW업계)의 주장인 것이지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며 "SW, 인공지능, 데이터는 대기업과 중소·중견 기업이 융합해 기술 발전을 이뤄내야 하는 분야이기에 산업 효율화를 위해 개정안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SW진흥법이 가진 문제점을 살펴보고 중소기업들도 성장 사다리를 탈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업계에 건의를 했다"며 "중견기업 쪽에서 일감을 빼앗길 까봐 유독 반발이 큰 것 같고, 원안 통과를 고집하지 않는 만큼 앞으로 논의를 계속하기 위해 의견을 더 수렴할 것이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