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지식재산권(IP)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웹툰은 게임,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IP비즈니스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씨드 콘텐츠(seed-contents)다.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스위트홈' 등이 넷플릭스를 통해서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현상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매력적인 웹툰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동시에 이면의 그늘도 짙어지는 중이다. 콘텐츠에서 파생 가능한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창작자들의 저작권을 부당하게 가져가려는 기업들의 시도들도 빈번하게 지속되고 있다. 특히 힘없는 신인 작가들은 이러한 불공정 계약의 그늘에 노출되고 있다. 저작권 일체를 작가에게서 ‘양도’ 받으려는 에이전시, 매니지먼트들의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서유경 법률사무소 아티스 변호사는 이같은 문제에 천착해, 작가들의 법률 상담을 진행해왔다. 그는 작가들이 온당히 가져야할 자신의 저작권을 부당하게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저작권은 작가에게 ‘생명'같기 때문에 온전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절실하게 창작자들을 대리하고 있다.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한 웹툰 분야의 특수성과 함께, 신인 창작자들의 협상력은 기업에 비해 높지 않아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는 계약법이나 저작권법 판례들을 끊임없이 공부한다. 때로는 해외 다른 장르 콘텐츠 분쟁에 적용된 법리를 참고도 한다. 그렇게 작가들에게 공정한 시장이 형성되도록 할 수 있길 바란다. 서 변호사로부터 작가들이 계약시 염두에 둬야 할 기본 원칙과, 공정한 콘텐츠 계약 체결을 위해 뛰게 된 배경을 들었다.

서유경 법률사무소 아티스 변호사 / 이은주 기자
서유경 법률사무소 아티스 변호사 / 이은주 기자
―’미술대학' 출신 변호사다. 이력이 특이하다.

"디자인학부를 졸업했고, 스타트업 디자이너로 잠시 일했다. 이후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가 됐다. 대학 동기들이 일하는 것을 보면서 예술과 디자인, 콘텐츠 산업에서 다양한 법률 수요가 있음에도 그 분야를 온전히 이해하고 소통가능한 변호사가 귀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저의 전공을 기반으로 법률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로 일하면, 디자인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나 문제들을 해소하는 데 일조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미대 출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웹툰 저작권 계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학 시절 가장 친한 친구가 웹툰 작가였다. 꽤 유명한 작가다. 창작하는 과정부터 성장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게다가 저는 일과 이후에 꾸준히 유료 결제를 하면서 웹툰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 만큼, 웹툰이라는 장르에 대한 애정이 깊다. 한때는 웹툰 콘티, 습작 시나리오를 그리며 창작자를 꿈꾸기도 했다. 다만 저는 작품을 잘 만드는 데 능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이 자신의 재능과 열정이 온전히 실현될 수 있도록, 제가 가진 법적인 지식들을 기반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웹툰은 한국이 종주국이다. 생태계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렇기 때문에 법리적 제도적 뒷받침이 빠르게 완비되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중에서도 콘텐츠를 생산하는 작가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저작권은 창작자의 생명과도 같기에 존중해줘야 한다. 최초의 저작권 계약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사업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연쇄적으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다"

―지금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다양한 민형사 사건을 다룬다. 동시에 웹툰, 웹소설 분야 창작자들을 대리하고 있다. 작가가 원하지 않는 저작권 양도를 요구받는 경우 이를 방어하는 일 등을 했다. 쉽지는 않다. 과거에는 작가가 직접 플랫폼에게 오리지널 콘텐츠를 납품하고 플랫폼은 그것을 연재하는 단순한 구조의 계약이 체결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다. 작가와 에이전시, 스튜디오, 매니지먼트, 플랫폼 등이 복합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나의 계약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고려돼야 한다. 불공정한 계약이 한 부분에서 체결되면 다른 계약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들여다보면서 작가, 실무진, 경영진들과 두루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절실하게 일하고 있다. 우선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웹툰 산업은 전세계에서 한국이 선두주자다. 그만큼 쌓인 판례가 많지 않다. 그래서 계약법이나 저작권법을 열심히 공부한다. 때로는 해외 다른 장르 콘텐츠 분쟁에 적용된 법리를 참고하기도 한다. 또 창작자 대리는 기업 대리보다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낮다. 낮은 협상력은 법리 연구로 메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연구할 수밖에 없다."

―불공정 계약서 유형은 다양하겠지만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이런 것이다. 작가가 소유해야 할 저작재산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에이전시들이 ‘모두 가져가려고' 하는 내용의 계약들을 뜻한다. 그리고 산업 현장에서 이런식의 불공정 계약이 비일비재하게 체결되고 있다. 이를 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관련기사:웹툰·웹소설 불공정 계약 만연…네이버·카카오 '나몰라라']

"일반적인 경우 소송을 해야 한다면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작가들은 예외다. 저는 작가들에게는 가급적이면 소송을 권하지 않는다. 만약 작가와 플랫폼, 작가와 에이전시, 작가와 스튜디오 등 소송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그 사건을 ‘XX작가 사건'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작가에게 치명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작가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과 창작 기회 제한 등 문제를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창작자들이 거래하는 플랫폼이나 에이전시와 대립각을 세우기 보다, 최대한 업계 전체가 성숙해질 수 있도록 상호 소통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한다. 가령 서면으로 왜 이 계약이 불공정한지에 대한 법적인 근거들을 상세하게 적어 보내 납득시키도록 노력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려고 하고 있다.

실무자들은 종종 "원래 이 바닥에선 그래요"라고 문제를 정당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법적인 근거와 계약 법리상 근거들을 설명해주고. 이대로 진행될 때 에이전시, 플랫폼이 치러야할 법적 책임 등을 상세히 설명해주려고 노력한다. 조금씩 이들도 납득하면서 작가가 원하는 대로 저작권을 보호해주는 경우도 잦다. 분쟁이 다소 평화적으로 해결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소송을 ‘지향'하기 보다 ‘지양'하는 변호사라니. 신선하다.

"실제로 작가들로부터 받는 수임료는 높은 편이 아니다. 제가 로펌 소속 변호사가 아니라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기 때문에 가능한 측면이 있다.

저는 제가 돕는 작가들이 잘 성장해서 오래 창작하길 바란다. 언젠가 메가 히트작을 내는 작가들로 성장하면서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기를 바란다. 결국엔 제게 수임료 이상의 가치로도 회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성공한 작가들은 개인이 중소기업 이상 매출을 내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밀착 자문을 해줄 수 있는 변호사를 원하기도 한다. 나는 그들의 고민에 관심을 기울이고 법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변호사로서도 성장하길 꿈꾼다. 그렇게 상부상조할 수 있을 것이다(웃음).

무엇보다 저는 앞서 말씀드렷 듯이 웹툰 작가를 꿈꿨을 만큼, 이 분야를 참 사랑한다. 창작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법조 실무를 하면서 업계의 흐름과 생태계 현실을 어떤 변호사들보다도 최전선에서 빠르게 배울 수 있다. 웹툰은 다양한 IP비즈니스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씨드 콘텐츠(seed-contents)다. 그렇기에 원작을 토대로 한 게임과 영화 등 2차 저작물 시장을 비롯해 콘텐츠 투자 영역까지 ‘원스톱(one-stop)’으로 배울 수 있는 무척 소중한 기회다."

―작가들을 대리하면서 새롭게 고민하게 된 문제들도 있을까.

"작가들과 계약을 최전선에서 체결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플랫폼, 에이전시, 매니지먼트,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실무진들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됐다. 이분들은 웹툰 생태계 최전선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다. 작가들과 부딪히기도 하고, 갈등도 겪기도 하는 분들이다. 불공정 계약 문제가 불거지면 가장 상처받는 분들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들을 위한 공정 계약 관련 기초 법률 강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장 실무 단계에서 공정 계약에 대한 확고한 기준들이 가이드라인으로 제공될 수 있으면 좋겠다"

―저작권을 스튜디오, 에이전시, 플랫폼이 부당하게 가져가는 불공정 계약이 체결되지 않도록 작가들이 항상 염두에 둬야 할 점이 있을까.

"회사가 작품을 기획하고 작가들을 고용해서 업무상 저작물로 분류되는 작품의 경우를 제외하고 말하겠다. 우선은 작가들이 스스로 오리지널 콘텐츠의 원저작권자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한다. 누군가 작성해준 계약서를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저작권자로서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계약을 미리 구상해보길 바란다.

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자가 3자에게 저작물의 경제적 이용을 ‘허락’하게 해줄 것인지 말 것인지, 저작재산권을 ‘양도'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할 자유와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둬야 한다.

작가 자신이 저작권자라는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이용을 ‘허락'해주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음에도, 작가가 저작권을 ‘양도'하는 계약이 표준적인 것이라고 착각하게 되기도 쉽다. 저작재산권 일체를 양도한다는 내용이 적힌 계약서를 받고 의심없이 날인하게 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신인이나 인지도가 높지 않은 작가들이 설사 계약서 불공정성을 인지했다고 해서 ‘공정한’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요구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쉽지 않다. 스타작가가 아니면 협상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플랫폼, 에이전시들의 문제의식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법적으로 매우 심각한 계약들은 플랫폼보다는 에이전시, 스튜디오, 매니지먼트사 등이 신인 작가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플랫폼이 그 계약에 일일이 개입해달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작품을 유통하거나, 2차 사업화를 추진하게 되는 경우 문제적 계약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 적어도 플랫폼은 공정 계약을 준수하는 업체와 일하겠다는 정도의 자발적 기준을 마련해줬으면 한다.

작가들의 저작권을 충분히 보호하면서도 사업화를 통해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향을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생태계가 나빠진다. 당장에는 회사에 많은 돈이 유입될 수 있을진 몰라도 결과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작가들이 사라진다. 실제로 작가들과 소통하면서 깨닫게 된 것인데 ‘좋은 회사'라고 이름난 곳들이 있고, 그런 회사와는 함께 일하려는 작가들이 상당히 많다. 반면 계약이 엉망이라고 소문난 곳에서는 정말 괜찮은 작가들이 일하지 않으려고 꺼리기도 한다."

―열정을 가득 느낄 수 있었던 인터뷰다. 작가들의 공정 계약을 위한 클래스를 준비하고 계신다고 들었다.

"작가들에게 계약서를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클래스를 열어보고자 한다. 클래스 명칭은 ‘아티스트(창작자)를 기르는 법' 정도로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일정이 너무 바빠서 원데이 클래스 정도가 될 것 같다. 가능하면 법원 휴정기나 박사 과정 방학기간에 줌(zoom) 클래스로 개설하려고 한다."


서유경
-법률사무소 아티스 변호사·변리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학사, 사회과학대학 연합전공 정보문화학 학사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석사
-서울대학교 법학대학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지식재산권 전공)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권리보호 디자인분쟁조정위원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웹툰, 만화 헬프데스크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