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용역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그라운드X가 무사히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큰 변수가 없는 한 그라운드X는 CBDC 연구 파트너로 선정될 전망이다. 만약이 계약이 결렬될 경우 협상 기회는 네이버 라인에게 돌아간다. 그라운드X는 계약 성사에 만전을 기하는 반면 네이버 라인은 혹시 모를 기회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기술평가 5개 항목, 한은과 전문가 등급 평가

22일 업계에 따르면 그라운드X는 협력사 확대에 나서며 CBDC 계약 성사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일 CBDC 모의실험 연구용역 개찰결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한국은행과 먼저 계약을 진행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했다.

그라운드X는 입찰가격점수 9.975점으로 기술평가점수 85.4004로 총 95.3754점을 받았다. 입찰가격은 10% 비중으로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중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기준’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기술평가 비중은 90%다. 평가항목은 ▲기술 및 기능(30점) ▲프로젝트 관리능력(20점) ▲전략 및 방법론(15점) ▲테스트 성능·품질(15점) ▲프로젝트 지원방안(10점) 등 5개 부문으로 구분돼있다.

평가위원은 총 9명으로 한국은행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됐다. 평가위원은 항목별로 A~F로 등급을 매겼다. 그라운드X는 오랫동안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고 가상자산 클레이를 운영한 경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라운드X는 개발과 결제 등을 아우르는 협력사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블록체인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관계사인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포함해 KPMG, 컨센시스, 온더, 코나아이, 에스코어 등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라운드X 계약 도장 찍어야 최종 수주

이번 개찰결과가 최종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아직 변수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개찰 결과 발표는 단지 입찰서 제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라운드X가 CBDC 모의실험 연구용역을 아직 수주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일정한 요구조건을 충족한 제안사 중 사업예산 50억원 아래로 입찰가격을 제시하고, 기술 평가점수가 76.5점 이상인 업체를 협상 적격자로 보고있다. 협상 적격자 중 종합평가 점수가 높은 순으로 협상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그라운드X는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아 경쟁사보다 먼저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지위를 얻었다. 그라운드X가 추가 심사를 거쳐 최종낙찰자로 결정되면 이달 중 한은과 최종 계약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개찰 결과에 불과한 뿐으로 그라운드X가 모의실험 참여자로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계약을 우선 진행하는 자격을 가진 것이고 만약 계약 협상 과정에서 적격사업자가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다음 순위의 사업자와 계약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음 협상 대상자는 네이버 라인

한은과 그라운드X가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협상 적격자인 네이버 라인 플러스가 모의실험 참가를 위한 협상 기회를 얻는다.

네이버 라인 플러스는 92.7182점(가격 8.0959점, 기술 84.6223점)으로 그라운드X와는 2.6572점 차이가 난다. 특히 기술 평가 점수 차이가 0.7781점에 그친다는 점에서 기회를 노려볼만 하다. 나머지 1.8791점은 모두 입찰 가격에서 벌어졌다. 그라운드X가 상당히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라인은 CBDC에 최적화된 라인 파이낸셜 블록체인 홈페이지를 공개하며 나름 공을 들였다. 해당 플랫폼은 CBDC 사업이 요구하는 거래가 가능하도록 결제 완결성을 보장하고, 빠른 속도로 많은 결제량을 처리할 수 있는 확장성을 제공한다. CBDC 공간을 가상으로 구현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번 모의실험을 통해 CBDC의 발행, 유통, 환수, 폐기 등 업무를 포함해 송금과 결제 서비스를 가상공간에서 시연할 예정이다. 실험 결과에 따라 상용화 여부를 결정한다.

그라운드X는 협상이 진행되는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라운드X 관계자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금주와 다음주에 계약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인 측은 "추후에도 CBDC 사업에 계속 도전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국가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