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가수스 해킹 사태 피해자로 지목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마크롱 대통령 트위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마크롱 대통령 트위터
23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페가수스 해킹 피해 의혹이 제기되자 휴대전화와 전화번호를 변경했다.

앞서 프랑스 르몽드,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영국 가디언 등 전 세계 16개 언론사는 각국 정부가 이스라엘 민간 보안기업 NSO 그룹이 개발한 '페가수스'로 스마트폰을 해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 언론사는 공동 취재팀을 꾸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와 프랑스 비영리 단체 '포비든 스토리즈'가 입수한 5만 개 이상의 전화번호 목록을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페가수스로 휴대전화를 해킹하면 이메일, 문자 메시지, 연락처, 위치 정보, 사진, 동영상 등을 빼내는 것은 물론 카메라와 마이크 감청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엘리제궁에서 긴급 국가 안보 회의를 소집해 장 카스텍스 총리, 장이브 르드리앙 외교부 장관,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대응책을 논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민감한 통신 수단과 관련된 보안 규정을 강화할 것으로 요구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페가수스는 NSO가 테러범과 중범죄자를 추적하기 위해 10년 전쯤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40개국 60곳가량의 정보기관이나 법 집행 기관에 수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페가수스로 관리한 전화번호 목록에는 34개국 600명이 넘는 정치인과 정부 관리가 있었다.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한 현직 대통령 3명, 전·현직 총리 10명, 국왕 1명이 포함됐다.

마크롱 대통령의 휴대전화 번호는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다가 1956년 독립한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정보당국이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페가수스 프로그램 목록에 들어있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의 휴대전화가 실제로 스파이웨어에 감염됐는지, 해킹을 당했는지 여부는 포렌식 검사를 받아야만 확인할 수 있다.

NSO그룹 측은 고객사가 프로그램을 오용한 것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 AFP 통신은 이스라엘 당국이 '페가수스' 해킹 공격 의혹과 관련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전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