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못하는 이유

이광영 기자
입력 2021.07.27 06:00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한다는 소문이 최근 확산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사업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를 합쳐 독립회사를 설립하고 OLED 사업부는 삼성전자에 흡수되는 시나리오다. 양사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파운드리와 OLED 사업부 분사 관련 루머는 삼성전자가 2018년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을 발표한 후부터 꾸준히 등장했다.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의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전략처럼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태생적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 분사가 실익이 없다고 평가한다. 대규모 투자를 통한 규모의 경제가 불가피한 파운드리 사업에서 개별법인이 독자적으로 자금 소요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 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연간 매출은 전체 반도체 매출의 20%인 15조원쯤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영업이익 역시 2조~3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파운드리 생산라인 1개가 20조원쯤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분사 후 상장을 추진하더라도 대규모 설비투자를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메모리로 번 돈을 파운드리에 투자하는 상황인데, 파운드리가 적어도 분기당 조단위 이상 이익을 뽑아낼 수준으로 성장하지 않는 이상 분사의 의미는 없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분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파운드리와 메모리 사업이 부지는 물론 생산라인이 있는 건물까지 공유하는 한몸과 마찬가지인 관계여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메모리 사업부는 화성·평택 캠퍼스에서 동일한 부지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건물 내 라인만 달리한 공장이 다수다. 사실상 두개의 팹(Fab)이 한 지붕 아래 있는 셈이다.

특히 극자외선(EUV) 첨단 공정의 경우 파운드리와 메모리 부문이 라인을 공유하는 곳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파운드리 사업부가 분사하게 되면 소유권 결정이 모호해진다. 임대 비용을 얼마로 산정해야 하는지 선례 조차 없어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파운드리를 분사해 메모리와 공유하는 라인을 회계상 임차로 처리하더라도, 파운드리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임차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라며 "라인을 임대해주는 메모리 측에서 목소리가 커지게 되고 물량 조율 역시 메모리에 유리한 쪽으로 진행될 수 있는데, 이는 파운드리를 살리는 것이 아닌 죽이는 결정과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분사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아직까지는 파운드리 분사로 얻을 이익보다, 분사 없이 전사적 역량을 쏟아 TSMC와 붙는게 장기적으로 승산이 더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파운드리는 미세화 공정 경쟁에 이어 첨단 패키징 경쟁으로 향하는 중이다. 거의 모든 부문의 전문인력과 기술이 동원되는 총력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도 2020년 1월 기자들과 만나 파운드리 분사 관련한 질의에 "아직 계획이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T조선 뉴스레터 를 받아보세요! - 구독신청하기
매일 IT조선 뉴스를 받아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