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SK 등 K배터리 3사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내재화에 속도를 낸다. 예전같으면 납품만 신경쓰면 됐지만, 최근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하는 등 상황이 변화했다. 기존 고객사가 고객인 동시에 경쟁사로 변화했다.
완성차 기업은 배터리 제조사가 생산한 배터리 셀을 납품 받아 전기차를 완성하는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린다. 2020년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가장 먼저 내재화를 선언했고, 폭스바겐도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유럽 내 배터리 공장 6곳 증설에 나섰다. 현대차 역시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은 전지 소재 부문에 2025년까지 6조원을 투자한다. 제품 포트폴리오를 양극재부터 분리막,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탄소나노튜브(CNT) 등으로 확대한다.
LG화학은 양극재 사업을 위해 연산 6만톤 규모의 구미 공장을 12월 착공한다. 양극재 생산 능력은 지난해 4만톤에서 2026년 26만톤으로 7배쯤 늘어난다. 양극재 재료가 되는 메탈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광산업체와 합작법인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광산, 정·제련 기술 보유 업체와 다양한 협력을 추진할 방침이다. 분리막 사업을 위해 기술력과 시장성을 모두 갖춘 기업을 M&A하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글로벌 생산 거점도 조기에 구축한다.
김 상무는 "리튬, 코발트는 수급 안정화를 위해 지분 투자 또는 장기 구매 계약 체결해 안정화 꾀하고 있다"면서 "헝가리를 중심으로 전해액, 양극재, 동박에 이르기까지 현지 SCM을 구축 중이다"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양극재 소재 전문기업 에코프로비엠과 합작사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했다. 2022년 1분기부터 에코프로이엠으로부터 양극재를 단독 공급받아 안정적으로 양극재를 확보하는 기반을 다졌다. 한솔케미칼과는 2022년부터 ‘실리콘 카본 나노복합소재’를 적용한 실리콘음극재를 양산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배터리 기업 EVE에너지, 소재 전문 기업 BTR 등과 함께 양극재 생산 합작법인(JV)를 중국 내 설립한다. 합작법인에는 850억원쯤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산 5만톤 규모다.
SK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전문 계열사 SK머티리얼즈는 604억원을 투자해 실리콘 음극재 생산에 나선다. 합작회사 지분율은 SK머티리얼즈가 75%, 미국의 배터리 음극 소재 기업인 그룹14 테크놀로지가 25%다. 본사는 국내에 마련한다. 실리콘 음극재는 배터리 생산에 주로 사용되는 흑연 음극재에 비해 주행거리를 향상하고 충전시간을 단축하는 차세대 소재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