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줄 서평] 윤영호의 '그러니까, 영국'

우병현 기자
입력 2021.07.28 11:16
영국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나라입니다.

영국에 대해 아는 것을 말하라고 하면 너무 많아서 무엇을 먼저 말해야 할지 모를 정도입니다.

하지만 친숙한 것과 잘 아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특히 미디어나 책을 통해 접한 영국과 실제 영국 사회 속에서 접한 영국은 다를 것입니다.

또 영국 사회 역시 새로운 상황을 맞아 변하고 있어 고정 프레임으로 영국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윤영호의 ‘그러니까, 영국’은 최근에 나온 영국 관찰기입니다.

윤 작가는 영국이 왜 브렉시트를 선택했는지, 로열 패밀리를 사랑하는지 등 외신에 자주 등장하는 영국의 이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고 발로 뛰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새로운 팩트나 관점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영국에 가족과 함께 살면서 직접 보고 듣고 겪은 팩트를 많이 담으려고 애쓴 점입니다.

예를 들어 윔블던 테니스 관람권을 사기 위해 가족과 함께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우는 과정에서 만난 영국 이야기가 그러합니다.

10줄 요약_8장 스포츠와 게임, 영국민의 발명품

1. 여름 두 달을 영국에서 보낸다면 골프, 테니스, 경마 등 세계적인 스포츠 경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그런 행사 중 최고는 역시 브리티시 오픈 골프대회다.

브리티시 오픈 모든 일정을 관람하고 식사와 음료수를 제공받는 티켓 중 1200만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이 티켓은 가장 먼저 매진된다.

2. 골프의 발상지는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St. Andrews)다. 제임스 2세의 골프 금지령을 해제한 스코틀랜드 제임스 4세는 골프를 즐긴 최초의 왕이었고, 제임스 4세의 손녀 메리 여왕은 골프를 즐긴 최초의 여성이었다.

이들은 모두 세인트앤드루스에서 골프를 즐겼다. 세인트루이스 올드코스는 골퍼에게 성지와 같은 곳이다. 영국인들은 올드코스를 성배(Holy Grail)라고 부른다.

3.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영국 지인과 골프를 쳐보니 골프장이라기보다 동네 공원에 가까웠다. 주민들이 자유롭게 골프장을 가로 질러 해변으로 가고 자전거로 페어웨이를 가로질러 가는 모습이 흔하다. 역사와 자연 도시와 사람이 함께 하는 골프장이다.

보비 존스는 "자신의 인생에서 모든 것을 빼앗겨도 세인트앤드루이스 올드코스에서의 경험만큼은 빼앗기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4. 영국인의 테니스 사랑은 유별나다. 세계 최고의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윔블던은 런던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 중 한 곳이다. 좋은 학교과 공원이 있고 시내 접근성도 뛰어나고 좋은 골프장과 테니스장이 많다. 윔블던 테니스대회 명칭은 ‘더 챔피언십’(The Championship)이다.

윔블던 관람권의 절반은 6개월 전에 예약해야 하고 또 추첨을 통해 입장권이 배정된다. 절반은 현장에서 판매하기에 이틀 전부터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데 큰 즐거움 중의 하나다. 줄은 잘 관리되고 새치기 여지는 없고 낮에는 같이 줄 선 사람끼리 운동하고 음식을 나누기도 한다.

5. 지인 중 한 명은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고 스포츠광이지만 테니스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 이유를 물으니 "그건 귀족 스포츠잖아!"라며 농담 섞인 대답을 했다. 영국 사회의 특징을 잘 함축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6. 박지성 선수가 뛰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왜 리버풀을 꼭 꺾어야 했을까?

두 도시는 18~19세기 산업혁명 중심지로 같이 발전하는 도시였다. 맨체스터의 방직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리버풀 항구를 통해 세계로 수출되었다.

후발 산업국가가 추격해오면서 맨체스터 공장의 마진이 박해지자 항구 사용료를 절감하기 위해 1885년 운하 건설을 추진했다. 이에 리버풀은 목숨 걸고 이 계획을 좌절시키려고 했다. 공동운명체였던 두 도시는 서로 잘 되는 꼴을 볼 수 없는 사이가 됐다.

7. 운하를 놓고 두 도시의 싸움이 시작됐을 무렵에 두 도시에 각각 프로팀이 결성되었고, 축구 리그가 생겼다. 리그 초창기부터 맨유와 리버풀은 사생결단으로 축구를 했다. 그 경쟁을 통해 영국을 대표하는 구단이 되었다.

8. 손흥민 선수가 뛰는 토트넘 홋스퍼 구장은 런던 북부의 낙후 지역에 있다.

토트넘은 런던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한 곳으로 실업률도 가장 높았다. 백인 거주 비율이 20%에 불과하고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어 우범 지역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토트넘 구단주 레비는 1조 5000억원을 들여 2019년에 최신식 경기장을 지었다. 낙후된 주변과 대비되는 곳이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토지경제학을 전공한 레비 회장이 거액을 투자 최신 경기장을 지으면서 주변 지역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예상했을 것이다.

9. 매년 6월 중순에는 에스콧 경마장에서 로열 애스콧 행사가 열린다. 영국 왕실이 주관하는 이 대회는 격조가 있다. 푸른 초장에 건설된 경마장, 화려한 족보의 명마, 연미복과 각양각색의 모자, 계층 간 경계, 그리고 여왕이 등장한다.

10. 리버풀의 에인트리 경마장에서 개최되는 그랜드내셔널 대회가 인상적이다. 1839년에 시작된 이 대회를 본다면 영국다운 것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40필의 경주마가 전속력으로 달리면서 나무 덤불을 서른 번 넘어야 한다. 터프하면서도 우아하다.

대회 중에 기수와 말이 죽기도 한다. 그대로 대회는 멈추지 않는다. 인명 경시나 동물 학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국인은 보호와 안전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쟁도 흥분도 자유도 중요한 삶의 일부다. 그러다가 죽음이 오면 죽음은 문제의 끝이다. 모든 죽음을 다 풀어야 할 숙제라고 본다면 우리의 불행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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