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묶인 中 반도체, 장비 수급 안되고 M&A도 험난

이민우 기자
입력 2021.07.29 06:00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위태롭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가 지속되면서 타격이 누적된다. 소형·첨단 반도체 인프라 경쟁력 구축을 위한 시작 단계는 장비 수급인데,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제재 조치에 따른 압박으로 유럽에서 생산한 반도체 장비 공급길이 막혔다.

탈출구 중 하나로 경쟁력 있는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고려할 수 있는데 그 역시 쉽지 않다. 반도체 업계는 중국 기업이나 자본의 반도체 기업 M&A 시도를 곱지 않게 본다.

미국 제재로 중국으로의 수출이 제한된 ASML의 EUV 노광장비 / ASML
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 반도체 제재는 현재진행형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핵심 장비 확보 난항으로 성장판 자체가 막혔다.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핵심장비 기업을 다수 보유 중인데,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제재를 이어간다. 미국은 자국 기업의 중국향 수출 제재는 물론 유럽에서의 반도체 수출 역시 압박한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 ASML과 네덜란드는 미중 반도체 분쟁 중간에 끼었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 사용된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7㎚(나노미터) 공정 이하 첨단 소형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며, 미국은 이를 전략물자로 규정해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AP 등 7㎚이하 소형반도체는 스마트폰만 아니라 향후 자율주행차 등 미래산업 품목에 사용된다"며 "ASML로부터 EUV 노광장비를 공급받지 못하면 고난도 반도체 공정이 어려워 미국·대만 등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큰 타격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EUV 노광장비는 ASML에서 독점 생산하는 장비인 만큼, 중국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중국이 반도체 생산량 3위를 차지한다 해도 대부분 생산되는 제품이 기술 수준이 낮은 반도체일 경우가 많으며, 첨단 반도체 시장 진입은 미국 제재로 차단됐다"고 덧붙였다.

일부 중국 반도체 기업은 미국과의 갈등 속에 사업을 접기도 했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적인 기업인 칭화유니는 7월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1100억위안(20조원) 이상의 막대한 부채로 인한 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업계는 미국 제재로 인해 제대로 된 사업 진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와 인수·합병 등을 진행한 결과 파산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유럽 등 해외 반도체 기술 기업을 M&A하는 식으로 외형 확장을 꾀하지만 이마저도 가시밭길이다. 유럽 등에서 중국 기업의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진 탓이다.

중국 윙테크 테크놀로지가 100% 지분을 보유한 넥스페리아는 최근 영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뉴포트웨어퍼팹(NWF) 인수에 나섰지만, 영국 정치권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중이다. 넥스페리아는 5일 1000억원의 비용을 들여 인수한다고 발표했지만,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영국은 4월 ‘국가 안보와 투자법’을 도입했으며, 보수당은 중국이 NWF를 가져갈 경우 기술·지적 재산권이 탈취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보수당의 반대 의사가 제기된 후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넥스페리아의 NWF 인수와 관련한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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