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이 전기차와 충전기 간 호환성 오류 점검과 적합성을 검증하는 기관으로 세계 최초로 지정됐다.

유동욱 한국전기연구원 원장 직무대행(왼쪽)과 이민정 차린 코리아 이사 / 한국전기연구원
유동욱 한국전기연구원 원장 직무대행(왼쪽)과 이민정 차린 코리아 이사 / 한국전기연구원
29일 한국전기연구원은 국제전기차충전협의체 ‘차린(CharIN)’으로부터 세계최초로 ‘전기차 글로벌 상호운용 적합성 평가기관’으로 지정됐다고 발표했다. 차린은 배터리로 구동하는 전기차 충전시스템의 국제 표준 개발을 촉진하고, 이에 적합한 시험인증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국제 민간 기술협의체다.

차린의 구성원으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폭스바겐·GM 등 전세계 주요 완성차·전기차 제조기업 외에도 충전기 관련 기업도 포함돼있다. 216개쯤 기관이 차린의 멤버로 참여한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세계 전기차 시장에 행사한다는 것이 한국전기연구원측 설명이다.

한국전기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급속충전시장의 경우 충전 인프라의 외형적인 호환성은 준수되고 있지만 통신과 충전 등 시퀀스 관련 소프트웨어의 호환성 문제가 잦다. 이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전기차 시장에서 다수 완성차 기업들과 다양한 충전기기업이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다보니, 제조사 별로 표준해석 차이가 발생해 생기는 문제다.

사용자들이 겪는 문제는 충전기의 전기차 충전 불가 혹은 중단이나, 충전 후 커넥터 잠김 등 다양하다. 향후 전기차 시장이 확대될수록 문제들이 더 크게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충전기 간 상호운용성과 호환성을 사전에 점검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국제공인 시험인증 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된 배경이다.

차린은 3년 4개월간 준비와 자격 검증을 통해 이번 전기차 상호운용 적합성 평가기관 지정을 진행해왔다. 한국전기연구원은 독일의 데크라와 함께 공동 지정됐으며, 아시아로서는 유일의 전기차 글로벌 상호운용 적합성 평가기관이다.

한국전기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적합성 평가기관 지정 성과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도 대단히 의미가 크다"며 "전기차와 완성차·충전기 국내 제조업체는 비싼 운송비와 시험료로 해외 시험기관에 의뢰할 필요없이 한국전기연구원에서 검사를 받을 수가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전기연구원 스마트그리드시험실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이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적합성 시험을 받을 경우 전기차 1개 모델 기준 1억4000만원쯤의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충전기 제조사는 1개모델 기준 1억원쯤의 비용절감과 2개월쯤의 제작기간 단축효과를 예상한다.

안상필 한국전기연구원 스마트그리드시험실장은 "전기차 초기 시장에는 모두 안전과 성능에 주력했지만, 현재 전기차와 충전기간 상호운용성 이슈가 관심을 받고 있다"며 "급변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선제적인 대응으로 국내 제조사 수출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세계에 통용되는 프로세스와 연계된 제도 수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한국전기연구원의 적합성 평가기관 지정이 첫 걸음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