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의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은 지금까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OLED TV 시장이 열릴 듯 열리지 않으면서 8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했던 LG전자 MC사업본부와 마찬가지로 LG디스플레이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LG디스플레이는 8년 전 중국 패널 업체의 LCD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OLED를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낙점지었다. 2013년 1월 TV용 OLED 패널을 세계 최초로 공급하며 시장 개척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보다 앞서 OLED 패널을 개발한 경쟁사 삼성디스플레이는 수율 문제로 2013년 대형 OLED 패널 사업에서 발을 뺐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적자를 버텨가며 대형 OLED 사업을 지켰다.

양사는 엇갈린 선택을 했고 희비는 극명하게 나왔다. 소형 OLED 시장 개막에 발맞춰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삼성디스플레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패널 시장을 장악했다. 매년 수조원의 수익을 내는 효자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고대하던 OLED TV 시장의 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수율과 양산능력을 좀처럼 높이지 못해 적자가 쌓였고, LCD 사업마저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CEO가 실적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전체 임원과 담당 조직의 25%를 감축하는 ‘고난의 행군’ 시기도 있었다.

LG디스플레이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추격자가 아닌 개척자였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양산능력과 수율을 계속 개선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후 OLED 패널 단가가 하락한 반면 LCD 패널값은 코로나19 펜트업 수요 증가로 급등하며 차이가 좁혀졌다. 고진감래(고생 끝에 낙이 온다)의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LG디스플레이 대형 OLED 사업은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8년 만에 흑자를 실현할 전망이다. 2022년에는 한자리수 중반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후 중장기적으로는 두자리수의 영업이익률이 예상된다. 2023년에는 중국 광저우 공장 증설로 TV용 OLED 패널 1100만대 공급체계를 갖추게 된다.

LG디스플레이가 8년 간의 가시밭길에서 벗어나 꽃길을 걸으려면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시장 활성화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는다. 과거 실패 원인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장기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안정적 수익 확보를 위한 부품사(LG디스플레이)와 세트사(LG전자) 간 관계 재정립도 필요하다. 희생을 강요받은 부품사가 결과적으로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경우 성장동력도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의 전략 실패를 인정했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대규모 OLED 투자를 했음에도, 적시 양산에 돌입하지 못하고 적절한 매출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회사를 어렵게 만들었다"며 "투자에 앞서 역량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지, 투자 이후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지 등 투자 원칙에 대해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실패를 인정하고 과감한 목표를 설정한 LG디스플레이의 미래가 기대된다. 8년 전 스케치 한 ‘대형 OLED 전성시대’라는 그림이 어떻게 완성될지에 디스플레이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