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낭비 논란 비대면 바우처, 부정행위로 몸살

류은주 기자
입력 2021.07.30 06:00
# 7월 초 알바몬에 한 단기 아르바이트 공고가 올라왔다. 엑셀데이터 입력과 단순 전화업무였다. 일급은 무려 10만원. 하지만 면접을 보러 간 A씨는 회사측이 제공한 전화 스크립트와 타이핑 테스트 과정을 보며 이상한 점을 느꼈다. B협회 소개로 연락드린다면서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신청을 독려하라는 내용이 담긴 내용의 스크립트를 받았기 때문이다. 엑셀 데이터 입력 테스트를 할 때도 엑셀에 담긴 기업의 데이터 정보를 다른 모니터의 엑셀 창에 빠르게 옮겨야 했다. A씨는 아르바이트로 채용된 인력이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대리신청을 위한 작업에 참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비대면 업무환경 구축과 디지털 전환을 돕기 위해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을 진행 중인다. 그런데 이 사업은 각종 부정행위로 몸살을 앓는다. 영세 기업을 위해 수천억원의 혈세를 투입하지만, 부당 수익을 챙기려는 이들이 나타난 탓이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중소기업은 수혜를 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는 정부가 정보기술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중소벤처기업에 400만원 한도에서 서비스 비용의 90%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0년에는 3000억원의 예산을, 2021년에는 24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대리신청 및 대리결제를 금지하는 안내문 / K-비대면 바우처 플랫폼 홈페이지 갈무리
29일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과 관련한 부정행위 수사의뢰 건은 3월 기준 9건에서 3건이 추가된 12건이다.

3월 중기벤처부는 부정행위 업체에 강력히 경고했지만, 최근 실시한 수요기업 모집에서도 여전히 부정행위가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물 제공 ▲조직적 대리신청 후 수요기업에 일정 금액을 되돌려 주는 페이백 ▲조직적 대리 신청 ▲대리신청 아르바이트생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형태 등이 대표적인 예다.

18일 진행된 바우처 사업 관련 추가모집 과정에서 해외 IP를 활용해 불법적으로 K-비대면 바우처 플랫폼 서버에 접속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중기벤처부는 보안 업체를 불러 서버 차단 후 안정화 작업을 완료하기도 했다.

IT조선이 제보받은 부정행위의 경우 대리신청 의심 사례로 볼 수 있다. 앞서 설명한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해당 기업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요기업을 모집한 후 돈을 챙겼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까지 발견하지는 못했다.

A씨를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용하겠다고 나섰던 B사의 법인등기를 보면, 이 회사는 5월 사명을 바꾼 후 사무실 위치를 서울 강남구로 옮겼다. 2020년 12월 추가된 사업 목적에는 부동산 임대업, 분양대행업, 광고업, 인력공급업 등이 있다.

B사에 전화를 걸어 해당 아르바이트 직원의 업무에 대해 물으니 "그런 아르바이트는 모르는 일이며, 이곳은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곳이다"고 말했다. A씨와 면접을 진행했던 B사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휴대폰을 꺼둔 상태였다.

IT조선은 제보자를 대신해 K-바우처플랫폼 부정행위신고센터에 해당 사례를 신고했다. 하지만 부정행위 신고센터에 들어오는 모든 신고건이 수사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반드시 바우처 사업 부정업체로 적발되는 것은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부정행위 신고를 담당하는 창업진흥원 관계자는 "비슷한 사례와 증거들이 모이면 부정행위를 한 곳을 특정하기 더 용이해진다"며 "부정행위 의심사례가 있다면 신고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중기벤처부는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의 취지를 훼손하고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부정행위를 사전에 줄이기 위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기벤처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제보가 있으면 현장에 나가 조사를 하지만, 신청 시스템을 통해 부정행위자를 가려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심증이나 물증이 있으면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워낙 많은 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보니 불순한 목적을 가진 이들이 끼어들 수밖에 없는데, 정부는 최선을 다해 이들을 가려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지원대상 숫자를 줄이더라도 수요 기업 평가를 엄격하게 하자는 안을 고민 중이며, 내년도 예산 사업계획을 세울 때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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