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공사도 ICT로…현대건설, TBM 공법으로 패러다임 혁신

이광영 기자
입력 2021.08.02 06:00
국내 터널공사는 보편적으로 화약을 이용한 발파굴착공법을 사용한다. 발파공사는 저렴한 화약을 사용해 경제성이 높지만 소음, 진동 발생으로 공사 중 각종 분진이 나와 도심지 공사 시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친다.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크고 작은 지반함몰 사고도 유발해 최근 도심지 공사에서 기피하는 분위기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TBM(Tunnel Boring Machine) 장비를 이용한 기계화 터널공법이다. 터널단면 크기의 대형 장비가 직접 흙을 굴착하면서 장비 뒤편에서는 터널벽체를 조립하는 방식이다. 발파굴착공법보다 소음·진동, 분진이 적고, 굴착속도가 빠르지만 작업안정성은 오히려 높다.

TBM 장비 / 현대건설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TBM 공법 연구도 활발하다. 현대건설은 4차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TBM 최적운전시스템인 타다스(TADAS·TBM Advanced Driving Assistance System)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반 환경에 따라 커터헤드 회전속도, 굴진추력 등을 최적으로 제안해준다. 오퍼레이터(운전자) 숙련도에 따른 장비 손상 우려도 덜어준다.

김대영 현대건설 기술연구원 토목연구팀장은 "TBM 최적운전시스템은 굴착 중 생성되는 TBM 데이터로부터 지반 및 장비의 운영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운전에 반영한다 "며 "최근 모 복선전철 공사에서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TADAS는 TBM 굴착 중 암반강도와 굴착속도 등을 94%의 정확도로 예측했고, TADAS를 적용한 경우 굴진율이 17% 까지 향상했다"고 밝혔다.

토목연구팀은 지반, 지하공간, 터널 지반 분야를 포함한 교량, 항만 등 주요 토목 분야에 대한 기술을 개발하고 현장에 기술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2013년부터 TBM 공법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TBM 공법은 국내에서 새로운 터널기술로 조명받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된 기술로 평가받아 신기술 개발 속도가 둔화하는 추세다. TBM 굴진 속도도 과거 대비 개선이 더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016년 TBM 전문회사인 터널보링컴퍼니를 설립하고 기존 터널굴착속도 대비 10배, 공사비용을 10분의 1로 낮춘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관통된 2.7㎞의 라스베가스 지하터널공사에서도 기존 대비 큰 차이 없는 수준의 굴착속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건설업계에 실망감을 안겼다.

TBM 최적운전시스템을 적용한 한 복선전철 현장 모습 / 현대건설
기존 TBM 공사는 전방에서 굴착을 하며 전진한 다음 장비가 멈춘 상태에서 후방에서 세그먼트 설치작업이 이뤄진다. 세그먼트 설치작업이 종료되면 다시 전방에서 굴착을 재개하는 방식이다. 같은 방식이지만 우리 TBM 공법 수준은 유럽 대비 큰 격차가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똑같은 TBM 공법을 적용해도 우리나라는 기술 수준은 유럽 대비 70%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론이나 실경험 숙련도가 부족해 공기(工期)·비용 단축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해외 TBM공사 입찰경쟁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 TBM공법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전방 굴착작업과 후방 세그먼트 설치작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연속굴착방식이다. 현대건설이 자사 현장에 실증한 결과 굴진률은 50% 향상되고, 전체 공기는 30% 단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TADAS를 적용할 경우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같은 연속굴착기술을 완성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하려면 TBM 장비, 세그먼트 설치 장비인 이렉터, 연속굴착형 세그먼트 등 TBM공법의 핵심분야에서 새로운 기술개발과 검증이 필요하다. 현대건설은 연속굴착이 가능한 나선형 세그먼트 개발을 진행하고 관련 특허도 출원해 연속굴착기술의 기반을 확보했다.

타다스(TADAS·TBM Advanced Driving Assistance System) 개념도 / 현대건설
TBM 공법을 적용한 국내 터널공사 비중은 5%쯤에 불과하지만 최근 몇년 간 도심지 터널공사에서는 TBM 공법을 절반쯤 적용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 하부 통과구간, 분당선 한강하저 통과구간 등 일부 지하철 공사에서 적용을 시작했다. GTX-A 및 GTX-C, 김포-파주 고속국도 프로젝트 등 한강하저 구간 또는 도심지 주거지역 관통구간에 TBM 공법이 적용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국내 터널공사에 연속굴착 공법이 적용되면 기술 수준도 획기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본다. 이를 통해 글로벌 TBM 시장의 수주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건설업계는 새로운 공법 적용에 보수적인데, 실제 정부나 지자체 공사에서도 실적이 쌓이지 않은 공법을 잘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빠른 시일내에 연속굴착 실증이 완료되면 기존 대비 공사기간도 20~30% 단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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