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방식의 완전 무선 이어폰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필수 액세서리 중 하나로 꼽는다. 특히 주변의 소음을 능동적으로 차단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기능 탑재 완전 무선 이어폰이 인기다. 거추장스러운 케이블없이 음악을 듣거나 통화가 가능한 기존 제품들의 편의성에 더해, 시끄러운 장소에서도 주변 소음을 완벽히 차단해 음악 감상에 집중할 수 있어서다.
과연 얼마나 좋은 제품으로 나왔길래 이만한 인기를 끄는 것일까. 실제 제품을 대여받아 그 이유를 직접 확인해 봤다.
소니 WF-1000XM4 무선 이어폰 100초리뷰 영상 / 임성민 PD
하지만, 같은 해 애플이 출시한 ‘에어팟 프로’가 예상 이상의 준수한 ANC 성능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끈 데 이어, 헤드폰 시장에서 ANC 부문 경쟁자인 보스 등도 완전 무선 ANC 이어폰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면서 힘든 경쟁을 이어왔다. 그런 만큼 2년 만에 선보인 후속작 WF-1000XM4는 소니가 완전 무선 ANC 이어폰 시장의 왕좌를 되찾기 위해 공을 들인 제품이다.
이번 WF-1000XM4는 이어폰은 물론, 전용 충전 케이스도 전작보다 확실히 작아졌다. 크기가 작아진 만큼 이어폰의 무게도 감소하면서 착용 시 귀에 걸리는 부담이 한결 적어졌다. 작아진 케이스는 바지나 핸드백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소니에 따르면 이어폰 크기는 전작보다 약 10%, 케이스 크기는 약 40% 더 작아졌다.
샘플로 받은 제품은 ‘실버’ 색상이지만, 실제 색상은 무광 그레이(회색)에 가깝다. 표면은 매끈한 유광 코팅으로 마감한 다른 무선 이어폰 제품과 달리, 살짝 마찰감이 있는 무광 코팅으로 마감했다. 그만큼 표면이 미끄럽지 않아 케이스에서 이어폰을 꺼내기가 쉽고, 귀에 장착하기도 한결 편하다.
스마트폰과 연결은 일반적인 블루투스 페어링을 이용하는 방법과 ‘소니 헤드폰 커넥트’ 앱을 이용해 연결하는 두 가지 방법을 제공한다. 결과적으로는 동일한 방식이지만, WF-1000XM4의 모든 기능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전용 앱이 필요하기 때문에 후자의 방법을 추천한다.
소니의 최상급 무선 이어폰답게 ‘Hi-Res 오디오 와이어리스’ 인증을 받아서 무선임에도 유선 못지않은 고품질 음원을 즐길 수 있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압축·손실된 음원을 실시간으로 원본에 가까운 소리로 재현하는 ‘DSEE 익스트림’ 기능도 갖췄다. 하드웨어적으로도 새로운 통합 칩이 최대 24비트 오디오 신호를 처리하고, 마그넷 크기를 키운 새로운 6㎜ 드라이버가 더욱 생생한 사운드를 재생한다.
고음의 선명함을 억지로 강조하지 않고, 저음도 과하지 않으면서 풍부하게 표현함으로써 한결 편하고 듣기 좋은 소리를 제공한다. 즉, 밸런스가 잘 잡힌 음질을 제공한다. WF-1000XM4로 음악을 듣다가 다시 평소 사용하던 에어팟 프로로 같은 음악을 들어보면 상당히 답답할 정도다.
물론, 소니 헤드폰 커넥트 앱에서 EQ를 사용자 입맛에 따라 미리 설정된 프리셋을 불러오거나, 본인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해 들을 수도 있다. EQ는 미리 설정된 것만 8개, 수동 EQ가 1개 커스텀 EQ를 2개 제공한다.
외부 마이크를 켜서 반대로 주변 소리를 더 크게 들을 수 있는 주변음 듣기 기능도 제공한다. 약간의 ‘치~’하는 화이트 노이즈가 있긴 하지만, 번잡한 실외 환경에서 주변 상황을 파악하거나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물론, 앱에서 주변음 듣기의 강도를 직접 조절할 수 있다.
WF-1000XM4만의 고유 기능으로는 위치와 주변 상황에 따라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적응형 사운드 제어(ASC)’ 기능이 있다. 주변의 소음도와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자동으로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켜거나 끔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가장 최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능이다. GPS와도 연동되기 때문에, 자주 다니는 길이나 장소의 경우 최적화된 설정값이 자동으로 적용되는 기능도 갖췄다.
실제로 사용해 보니, 주변의 혼잡도나 소음에 따라, 또 사용자의 이동 여부와 이동 속도가 달라질 때마다 ‘또롱’하는 작은 알림음과 함께 실시간으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다르게 적용된다. 길거리서 걷거나 느리게 움직이는 경우 자동으로 주변음 듣기 기능이 켜지고, 빠르게 움직이는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켜는 식으로 작동한다.
게다가, 적응형 사운드 제어 기능은 이어폰이 아닌, 스마트폰 본체의 가속도계와 GPS 센서 등을 사용해 작동한다. GPS 신호를 수신하기 힘든 실내에서는 위치가 정확하게 잡히지 않고, 기능 사용 중에는 스마트폰의 GPS가 계속 활성화되기 때문에 이어폰과 스마트폰 양쪽 모두의 배터리 소모량을 늘릴 수도 있다.
애플 아이폰XR 기준으로, 여전히 에어팟 시리즈보다 살짝 느린 응답속도도 아쉽다. 음악만 듣거나, 시차 보정이 가능한 유튜브 등 스트리밍 영상 시청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하면 화면보다 게임 사운드가 0.1~0.2초 정도 살짝 느리게 들린다. 터치 타이밍이 중요한 게임일수록 이러한 미세한 응답속도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음질에 대해서는 소니 특유의 밸런싱이 잘 잡힌 음질 세팅을 기반으로, ‘Hi-Res 오디오 와이어리스’ 지원 및 ‘DSEE 익스트림’ 기술과 개선된 드라이버 등이 유선 이어폰이나 커다란 헤드폰 못지않은 고품질의 무선 사운드를 제공한다. 음악 감상을 주 용도로 무선 이어폰을 찾는다면 단연 1순위로 추천할만 하다.
그 외에도 IPX4등급의 생활 방수 기능, 사용자가 상대방에 말을 걸면 자동으로 인식해 재생하는 음악을 정지하는 ‘스피크-투-챗’, 이어폰 자체 8시간(노이즈캔슬링 끔 기준) 및 케이스 포함 최대 24시간의 긴 재생 시간 등 편의 기능이 제품을 더욱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내 정식 출시 가격도 전작과 같은 29만9000원인 것이 이 제품의 인기 요소 중 하나다. 당장 품귀현상만 해결된다면 당분간 완전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적수를 찾기 어려운 제품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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