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유료방송 업계에 빚어지는 프로그램 이용대가 산정 갈등과 관련해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요구했다. 갈등이 극대화하면서 발생하는 채널 블랙아웃(송출 중단) 사태와 관련해서는 사업자가 가입자에게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논의도 더했다. 유료방송 업계에 만연한 콘텐츠 선공급 후계약 관행으로 발생하는 중소 사업자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2021 국정감사(국감) 이슈 분석' 보고서를 내놓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감에서 논의돼야 할 방송 분야 과제를 이같이 제시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0월 열리는 국감 기간에 다수 현안을 두루 살필 수 있도록 2009년부터 매년 국감 정책자료를 발간하고 있다. 국감 주요 감사 주제를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구분해 밝힌 것이 특징이다. 전년도 국감에 나온 주요 시정 요구 사항과 관련해 정부의 조치 결과도 담는다. 올해는 16개 상임위 소관 사항을 9권으로 분권해 살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 IT조선 DB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 IT조선 DB
국회입법조사처 "과기부·방통위 적극적인 중재 필요"…블랙아웃 시 사업자가 보상

국회입법조사처는 유료방송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과 방송채널 대가 산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관련해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는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의 계약을 통해 다수의 방송 채널을 묶어 가입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때 유료방송 사업자와 PP 간 적정 수준의 수익을 배분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갈등이 발생한다.

대표 사례가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IPTV 3사와 CJ ENM 간 발생한 콘텐츠 사용료 인상 갈등이다. CJ ENM은 콘텐츠 사용료를 현실화하고자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IPTV 3사는 CJ ENM이 제시한 인상률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는 모바일TV 서비스 영역에서도 CJ ENM과 이견을 드러내면서 CJ ENM의 실시간 채널 송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유료방송사 간 협상 결렬로 발생하는 방송 중단이 결국 유료방송 가입자인 시청자 불편을 초래하면서 시청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현재 방송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공동으로 ‘방송채널 대가산정 개선 협의회'를 구성해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고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측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새로운 미디어로 방송 플랫폼이 확장하면서 유료방송사 간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 및 거래 원칙과 기준이 변하고 있다. 향후 분쟁은 계속될 것이다"며 "정부가 해야 할 중재와 조정 역할이 무엇일지 검토가 필요하다. 방송이 중단되기 전에 사업자 협상이 이뤄지도록 적극적인 중재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유료방송사 간 채널 공급 중단으로 발생하는 시청권 침해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일정 부분 책임을 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했다. 시청자가 요금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중단된 서비스와 관련해 피해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측은 "방송사업자 간 불공정 행위나 법령상 금지 행위 발생 여부에 대하여 면밀한 조사가 요구된다"며 "현재 방송사업자 간 프로그램 사용료 책정 기준과 방식을 분석해 합리적인 지침 등의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정부, 시청권 전제로 유료방송 계약 관행 감독해야

국회입법조사처는 유료방송 사업자와 PP 간 채널 재계약 과정에서 콘텐츠 선공급 후계약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도 더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채널 재계약 과정에서 콘텐츠 사용료 책정 등의 협상이 어렵다 보니 계약이 늦어지더라도 콘텐츠를 우선 공급하는 문화가 팽배해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자 간 협상력 우위에 따라 유불리가 정해지면서 계약이 지연되거나 극단적인 경우 채널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하는 문제도 짚었다.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료방송 채널 계약 관련 가이드라인과 표준계약서를 통해 사업자 공정 거래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지침 준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실제 시장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거래, 경쟁과 관련해 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국회입법조사처 입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측은 "유료방송 콘텐츠 공급계약은 계약 주체인 유료방송 플랫폼사업자와 PP 방송사업자의 자율 협상에 의해 이뤄져야 하지만 각 방송사업자의 협상 우위에 따라 불공정 거래가 발생할 수 있어 감독이 필요하다"며 "유료방송사와 방송채널사업자 간의 채널 계약을 방송법 및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의 금지 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콘텐츠 공급 및 계약 원칙 확립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유료방송사 간 계약은 사업자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고, 계약 협상 결렬을 오히려 방송송출 중단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며 "가입자 시청권을 최우선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