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서 물건을 들고 나가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무인매장이 한국에도 도입됐지만, 미국·일본 대비 기술적으로 한 발 느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건비 문제로 편의점 점주들의 무인매장에 대한 수요는 크지만 10억원 이상의 높은 비용이 무인·자동결제 매장 보급에 발목을 잡는다는 분석이다. 결제가 필요없는 무인매장 보급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세븐일레븐 무인·자동결제 실험 매장 ‘저스트 워크 아웃' / 코리아세븐
세븐일레븐 무인·자동결제 실험 매장 ‘저스트 워크 아웃' / 코리아세븐
국내서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최근 롯데정보통신과 손잡고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실험 매장을 가동했다. 소비자가 점포에 들어선 후 원하는 상품을 쇼핑하고 그냥 걸어나가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것이 특징이다. 결제까지의 모든 쇼핑 과정이 매장 곳곳에 설치된 인공지능(AI) 기술이 융합된 24대의 카메라로만 통제된다. 결제 수단은 ‘엘포인트'를 사용한다.

세븐일레븐 실험 매장은 미국 아마존의 무인매장 ‘아마존 고(amazon go)’와 컨셉트 측면에서 유사하다. 다만 아마존 고 출범시기가 2016년 12월임을 감안하면 기술적으로 4~5년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3월 실험이 아닌 상용화 매장을 선보인 일본 ‘터치 투 고’와 비교해도 한 발 느리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유통업계는 국내 무인·자동결제 매장 상용화 시기를 3~4년 뒤인 2024~2025년으로 예상했다. 미국·일본 대비 무인매장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무인매장 관련 기술도 아직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무인매장 솔루션 개발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 무인매장 관련 기술은 아마존 고와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다"며 "아마존 고의 경우 현재 무인매장에 적용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이 다수 적용됐다. 한국에서는 아직 아마존 고와 기술적으로 비슷한 솔루션을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력·인건비 문제로 무인매장에 대한 편의점 점주들의 수요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편의점 업계 무인·자동결제 매장 상용화가 느려지는 이유는 ‘높은 비용' 때문이다.

무인매장 솔루션 개발업체 한 관계자는 "아마존 고와 유사한 무인·자동결제 매장을 30평 규모로 만들때 투입되는 비용은 11억~13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소상공인이 10억원 이상을 들여 매장을 만드는 것은 현재로선 비현실적일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국내에 무인·자동결제 매장을 도입한 롯데정보통신도 구체적인 비용과 상용화 시점을 밝히는 것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업계가 자동결제까지 되는 무인매장이 아닌 소비자가 일일이 계산대를 거쳐야되는 하이브리드 매장을 선택한 이유는 모두 비용 때문이다"며 "소형 매장이 무인·자동결제 솔루션을 도입하기는 현재로선 손익 측면에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업계는 낮은 비용으로 도입할 수 있는 자동판매기 형태 매대를 활용해 무인매장을 구성하는 추세다. 자판기 무인매장이 완전 무인·자동결제 매장으로 가기 전 중간단계인 셈이다.

AI 무인 스마트매장 기술을 갖춘 도시공유플랫폼도 최근 경기 성남시에 14대의 AI 자판기로 구성된 무인매장을 열었다. 기기당 가격은 600만원이다. AI 딥러닝 기술로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집어 들었는지 알아챈다. 또 기존 무인매장의 난점으로 지적받던 ‘연령인증' 시스템을 통해 주류 판매도 가능하다는 점이 업계 주목을 받았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