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은 코인, 그래픽카드 가격 또 상승세

최용석 기자
입력 2021.08.05 06:00
그래픽카드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카드 채굴 비중이 가장 큰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의 거래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열풍이 잦아들고 LHR(Lite Hash Late, 채굴 제한)이 적용된 그래픽카드 등장으로 서서히 가격이 제 자리를 찾는 PC 유통시장이 다시 위축되지 않을지 우려되고 있다.


지난 6월 200만원 아래로 떨어졌던 이더리움 시세가 최근 300만원 선으로 다시 올랐다. / 코인원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다음으로 점유율과 영향력을 갖는 이더리움은 지난 5월 500만원을 돌파하면서 최고점을 찍은 이후, 6월 말 기준 200만원대까지 급격한 하락세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7월 중순부터 조금씩 회복세로 돌아선 이후, 8월로 접어들며 다시 300만원을 돌파했다.

이더리움 시세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면서 그간 관망세를 유지하던 채굴업자들 중 일부가 다시금 채굴용 그래픽카드 확보에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따라 일부 그래픽카드 가격도 덩달아 오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이 오르는 제품들은 LHR 기능이 적용되기 이전 제품, 즉, 암호화폐 채굴에 제한이 없는 논(non) LHR 제품들이다.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 3060~3060 Ti급 제품들은 본격적으로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던 시절 수준인 100만원대~120만원대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포스 RTX 3070 논 LHR 제품은 130만~140만원대, RTX 3080 논 LHR 제품은 170만~180만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과 비교해 모델에 따라 약 20만원에서 40만원 이상 급등한 모양새다.

이더리움 시세가 오르자 채굴 제한이 없는 ‘논 LHR’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 엔비디아
반면, 그래픽카드 가격 하락을 주도하던 LHR 제품들의 가격은 큰 변동이 없다. 특히 최근 신제품 출시가 많고, 유통 물량도 늘고 있는 RTX 3060급 제품의 경우 RTX 3060 LHR 제품이 60만원 중후반대, RTX 3060 Ti가 70만원 후반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RTX 3070 Ti도 특가 판매 기준 120만원대 안팎에서 구매할 수 있고, RTX 3080의 LHR 제품은 최저 140만~150만원대면 쓸만한 제품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다.

LHR 적용 모델은 같은 등급의 논 LHR 모델과 비교해 암호화폐 채굴 성능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채굴업자 관점에서 웃돈은커녕, 정상가로도 구매할 가치가 전혀 없다. 결국 정상적으로 채굴이 가능한 논 LHR 제품으로만 수요가 몰리면서 이들 제품의 가격이 다시 오르는 모양새다.

시중의 논 LHR 모델의 재고가 얼마 남지 않은 것도 가격 상승의 요인 중 하나다. 2021년 초 채굴 대란이 한창이었을 무렵, 시중에서 유통되던 그래픽카드는 100% 논 LHR 제품이었다. 이들의 대부분이 2배 이상의 웃돈에 채굴 시장으로 끌려갔다. 일반 소비자들은 물량이 없어 구경조차 할 수 없었고, 그나마 있는 제품도 가격이 2배 이상 껑충 뛰면서 구매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결국 엔비디아가 채굴 대란에 제동을 걸기 위해 기존 논 LHR 모델을 하나 둘 씩 단종하고, LHR 모델로 바꾸기 시작했다. 채굴이 가능한 논 LHR 모델의 재고도 빠르게 소진되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8월 현재 논 LHR 그래픽카드의 신규 공급은 완전히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남은 재고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수요가 다시 늘어나면서 논 LHR 제품의 몸값도 자연스레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찌감치 구매해 개인용도로 사용하던 논 LHR 지포스 30시리즈 그래픽카드도 속속 중고 매물로 올라오고 있다. 현재 시세로 논 LHR 그래픽카드를 매각하면, 같은 등급의 LHR 제품으로 바꾸면서 차액을 남기거나 추가 비용 없이 한 단계 더 높은 등급의 제품으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지포스 30시리즈 논 HLR 제품들의 중고 매물도 부쩍 늘었다. / 중고나라 카페
이전과 달리 찻잔의 태풍으로 그칠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

다만, 지금의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시중에 남아있는 논 LHR 모델의 재고 및 중고 물량에 한계가 있는 데다, 여전히 대다수 채굴업자는 신규 투자 및 그래픽카드 추가 확보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즉 지금의 가격 상승도 금방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엔비디아 역시 논 LHR 제품을 단종시키면서 채굴전용 GPU인 ‘CMP’ 제품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일반 PC 사용자들도 LHR 그래픽카드 제품의 가격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고, 채굴 및 재포장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논 LHR 제품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다.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대란 때만 해도 그래픽카드 물량 자체가 부족해 조립PC 업계가 개점 휴업인 상황이었지만, LHR 제품들의 출시 이후부터는 채굴 수요가 쏙 빠지면서 물량 공급도 여유롭고, PC 판매도 다시금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라며 "향후 다시금 암호화폐 가치가 급등해 논 LHR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더라도, 채굴에 장점이 거의 없는 LHR 제품이 대세로 자리 잡은 일반 조립PC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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