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 88% 가구에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긴급 재난지원금 사용처가 지난해와 동일하게 결정되면서 유통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편의점과 배달앱은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형마트와 백화점, 기업형 슈퍼마켓(SSM) 업계는 지원금 특수를 노릴 수 없게된 모양새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 부처는 최근, 1인당 25만원씩 받는 코로나19 긴급 재난지원금 용도 제한 규정을 지난해와 동일하게 운영하되 미세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재난지원금 기준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백화점, SSM은 물론 가전양판점과, 온라인쇼핑몰, 유흥업소 등에서는 지원금 사용이 불가능하다. 백화점의 경우 입점 임대매장에 한해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고,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가맹점 위주로 지원금을 쓸 수 있다.

유통업계는 이번 5차 재난지원금 특수를 크게 누릴 수 있는 업종으로 ‘편의점'을 꼽았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 코리아세븐
편의점 세븐일레븐 / 코리아세븐
편의점은 지난해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가장 큰 수혜자로 지목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2020년 5~6월 재난지원금 사용 비중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지급액의 5.6%가 편의점에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5월 재난지원금 사용에 따른 편의점 매출액 증가율은 9%로 기록됐다.

편의점 업계는 5차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가 8월말에서 9월초로 예상되는 만큼, ‘추석' 시즌과 겹치는 것을 이용해 지원금으로 추석 선물을 마련하려는 소비 수요를 최대한 끌어당기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국내 주요 편의점 4사는 소비자가 재난지원금으로 추석선물을 구입할 시 값을 할인해 주는 등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기반 신선식품과 추석선물 수요를 편의점으로 흡수하기 위해 각종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상품 가짓수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업계도 정부 재난지원금 지급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장 결제' 방식으로 배달앱에서도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배달앱서 직접 결제하지 않아도 배달 플랫폼 업체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배민원', ‘쿠팡이츠' 등 단건배달을 기준으로, 업체가 입점 점주들로부터 현재 건당 1000원의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으로 배달수요가 증가하면 배달 파트너들의 수익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배달건 증가 외에도, 배달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플랫폼이 배달원들에게 지급하는 프로모션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