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완성차 핵심 분야로 급부상했다. 차량 운행시 중요한 충전기 업체 수가 증가 추세며, 충전기도 곳곳에 들어서는 중이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기를 구성하는 부품 국산화는 여전히 요원하다. 국내 업체가 설치한 충전기 중 다수는 중국산 부품을 핵심 장치로 사용한다. 지금처럼 전기차 보급률이 늘어날 경우 중국 기업이 수혜를 보는 식이다. 정부가 충전기 보급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 중이지만, 결과적으로 혈세가 중국으로 고스란히 유출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산 수입 부품을 이용하는 충전기 업체는 안정적인 부품 수급에 나서야 하는데, 장애 발생 시 어려움도 크다. 충전기를 만들 때 이용하는 국산 부품의 비중이 낮다 보니 제품 수출시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표기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에 주택가에 설치된 완속 전기차 충전기 / 이민우 기자
국내에 주택가에 설치된 완속 전기차 충전기 / 이민우 기자
6일 전기차 충전기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충전기 핵심 부품의 국산화는 더디다. 충전기 기업이 해외진출에 나서기 힘든 이유는 부품 국산화가 이루지지 않아 한국산 제품으로 수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 기업 중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거나 계획하는 곳은 시그넷EV를 포함해 얼마 되지 않는다.

전기차 충전기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기 제품을 한국산 원산지로 표기하려면 국산 부품의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며 "FTA를 맺은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완성품에 투입된 전체 부품 가격의 60% 이상이 한국산이어야 한국 제조 제품으로 명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전기 업체가 만드는 제품 중 다수는 중국산 부품의 비중이 높다"며 "중국산으로 수입되는 파워모듈 같은 핵심 부품의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만큼 한국 기업이 수출을 해도 한국산으로 표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충전기 부품 국산화가 더딘 이유로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허술함을 꼽는다. 전기차 보조금을 단순하게 연내 지급·소진하는데만 신경쓰다 보니 부품과 기술 요건에 대한 세세한 기준이 미미하다. 국내 충전기 부품 산업과 인프라 성장을 위한 환경부의 투자도 적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급속충전기의 경우 중국산 부품을 쓰지 않고서는 만들기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고, 파워모듈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도 있으나 정부 지원이 워낙 부족하다"며 "줄곧 제기되는 품질 이슈도 완성품을 내놓는 업체만 국내 기업이면 환경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보니, 저품질의 중국산 제품을 대량 들여와 조립해 생겨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파워모듈 등 전기차 충전기 핵심 요소를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오다보니, 수출입 여건에 따라 더딘 부품 수급으로 충전기 수리 등 AS에 애로사항을 겪는 경우도 생긴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부품 수급과 관련해 "2020년 초 지방에 배치된 전기차 충전기 중 고장난 일부 제품은 장기간 AS를 하지 못해 지적을 받았었다"며 "내막을 알아보니 해당 충전기를 공급한 제조업체의 충전기 파워모듈이 중국 특정 지역에서 수입되는데, 코로나19로 해당 지역이 봉쇄되며 부품을 수급하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