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이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등을 신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으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이들은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모바일 가상자산 생태계 구축과 통합 어플라이언스 플랫폼 출시까지 움직임이 분주하다.

삼성, 모바일 기반 토큰 이코노미 생태계 구축…CBDC 모의실험도 참여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에 참여한다. 심준석 온더 대표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갤럭시와 핀테크 솔루션 기업 코나아이가 오프라인 결제를 가능하게 작업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CBDC 모의실험 협력사로 선정된 카카오 그라운드X의 컨소시엄에 참여한다.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된 지갑을 통해 송금과 결제 등을 가상환경에서 구현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스마트폰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지 확인하는 실험도 진행한다. 갤럭시가 다른 스마트폰이나 단말기에 연결된 계좌로 CBDC를 송금되는지도 테스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블록체인개발 그룹을 설립하고 모바일에 특화된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해 가상자산 시장 진출 채비에 나섰다. 플라툰이라는 자체 블록체인 메인넷과 플라툰 위에서 작동하는 디앱(dApp)을 개발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첫 디앱은 ‘모바일웨이 월렛’이다. 이를 활용해 인사평가에 반영할 계획이었다. 올해 5월에는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삼성 블록체인 월렛’에 외장 하드웨어 월렛 연결을 지원하면서 가상자산을 한곳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한화, 블록체인 기반 자선거래 활성화 목표 공언...기술개발 가속

한화는 감사보고서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플랫폼을 주요 신규사업으로 언급했다. 한화는 소액투자자들에게 편리하고 혁신적인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자산 공급자에게 효과적인 유동성 확보 수단을 제공해 자산거래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한화의 블록체인 기술 개발 현황은 계열사에서 잘 나타난다. 한화정밀기계의 ‘혁신부문 미래기술센터’는 2018년 블록체인 기술 검증(Po)활동 등을 통해 미래사업 기술역량을 키우고 사업기획을 확보하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이어 2019년 ‘미래혁신센터 디지털혁신연구소’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고도화한 ‘H-Chian 2.0’을 개발했다. 기존 플랫폼의 안정성과 처리 성능을 향상시키는 한편 개발 생산성과 유연성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를 바탕으로 예술품 데이터 플랫폼, 동남아 자산 유동화 토큰(ABT), 사회공헌활동으로 블록체인 활용 범위를 넓혔다. 지난해 한화시스템은 멀티프로토콜을 패키지하고 이를 블록체인 생태계에 연계하는 솔루션을 확보하기도 했다.

올해는 전문 블록체인 기업을 설립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최근 3개월간 ‘대규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변동현황’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최근 한화시스템 손자회사인 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을 설립했다. 이곳에 한화생명 긱 이코노미(Gig Economy) 플랫폼 사업부문을 넘겼다. 한화시스템이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성을 활용해 블록체인에 기반한 긱 이코노미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서다. 긱 이코노미는 배달기사 등 인력을 상황에 맞게 수시 고용해 활용하는 새로운 경제활동 방식을 말한다.

효성, 블록체인 신규 법인 설립…계열사 통해 사업 강화

효성도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갤럭시아 메타버스 신규 법인을 설립한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꾸준히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해온 만큼 충분한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효성은 통합ICT 인프라 솔루션 계열사인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을 통해 블록체인 사업을 확장해왔다. 블록체인 사업 진출 소식이 알려진 건 지난 2017년이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국내 블록체인 전문 스타트업 블로코와 손잡고 기업들의 블록체인 도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기업이 블록체인 플랫폼을 도입할 때 블록체인 서버의 스케일아웃 (Scale Out), 편리한 관리·유연한 구성을 위해 필요한 리눅스 운영시스템 소프트웨어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의 인프라를 단일 채널로 제공했다.

2019년에는 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SDDC)부터 업무 자동화를 위한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 블록체인, 빅데이터 분석까지 자사 최신 기술을 한 곳에 집약한 'DX센터'를 열면서 사업을 강화했다. 같은해 기업들이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블록체인 환경을 신속하게 구축하고 운영 및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통합 블록체인 어플라이언스 'huba(후바)'를 출시하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