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첨예한 갈등으로 제5기 방송심의위원회(방심위)가 지각 출범했다. 6개월을 표류한 끝에 9인의 위원 구성을 마치고, 위원장 선임도 진행했다. 야당이 제기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마주한 가운데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신임 방심위원장으로서 3년간 제5기 방심위를 이끌게 됐다. 정 위원장은 방송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조속히 심의해 방심위 책무를 다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방심위 현판 / 방심위
방심위 현판 / 방심위
정연주 전 KBS 사장, 제5기 방심위원장 취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9일 오후 첫 번째 제5기 방심위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제4기 방심위가 1월 임기를 종료한 이후 6개월 이상 구성이 지연되다가 6일 9인의 방심위원이 모두 구성되면서 9일 첫 회의를 열었다.

방심위는 이날 회의에서 방심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등을 호선으로 선출했다. 방심위원장에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선임됐다. 방심위 부위원장에는 이광복 전 연합뉴스 논설주간이 이름을 올렸다. 황성욱 전 방심위 상임위원은 제4기에 이어 제5기 방심위에서도 상임위원으로 활동한다.

정연주 방심위원장은 1946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 학사와 휴스턴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KBS 사장을 지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는 건양대 총장을 맡았다. 방심위원장 임기는 2024년 7월 22일까지다.

정 위원장은 KBS 사장 시절 프로그램 제작 개입, 경영 악화 등의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8년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해임돼 검찰에 불구속기소 됐다. 이후 2012년 대법원에서 배임 혐의 무죄 선고를 받았다.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을 제외한 ▲김우석 국민대 교수 ▲이상휘 세명대 교수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이사 ▲옥서찬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윤성옥 경기대 교수 ▲정민영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등 6인은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한다.

정연주 위원장 "정치적 독립성과 심의 중립성 지켜낼 것"

정 위원장은 이날 방심위 전체회의 후 진행된 취임식에서 신임 방심위원장으로서 포부를 밝혔다. 그간 있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의식한 듯, 방심위 운영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지키겠다고 발언했다.

그는 "지난 6개월 (제5기 방심위 구성) 공백 기간에 정치적 공방도 그렇고 제도적 미비점도 있었다. 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음을 잘 안다"며 "지금껏 살면서 비판에는 마음을 열고 성찰의 기회로 삼아 왔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저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방심위는 방송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공정성과 객관성, 공공성을 위하는지, 공적 책임을 다하는지 심의하고 잘못이 있다면 규제하는 민간 독립기구다"며 "방심위의 정치적 독립성과 심의 중립성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기에 밖으로부터 어떤 압력이 있어도 막아내겠다"고 덧붙였다.

정연주 제5기 방심위원장 / 조선일보 DB
정연주 제5기 방심위원장 / 조선일보 DB
정 위원장은 제5기 방심위 구성이 지연되면서 쌓인 심의 과제를 연말까지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방송과 정보통신이 우리 생활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혁신적인 새 기술과 융합하면서 온갖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며 "방심위 책무와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엄중한 때다"고 말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 행위를 가장한 각종 일탈과 방종, 불법 정보가 늘어 7월 말 현재 방송 심의에선 9600여건, 정보통신에선 15만2537건이 쌓여 있다"며 "제5기 방심위는 그간 공백으로 적체된 문제를 조속히 처리해 연말까지 적체된 문제를 모두 해소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방심위 구성 때마다 벌어지는 지각 출범을 막고자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앞선 4기와 5기 방심위 출범이 각각 7개월, 6개월 지연돼 공백이 생기게 된 제도적 미비점도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방심위)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제5기 방심위,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방송심의 진행

방심위 위원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의장이 원내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추천한 3인,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과방위)에서 추천한 3인을 포함해 대통령이 9인을 추천한다.

제5기 방심위의 경우 정 위원장의 제5기 방심위 참여를 두고 여야 간 갈등을 빚다 6개월 이상 구성이 지연됐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 위원장의 정치 편향성을 이유로 방심위 위원 위촉을 반대했다.

결국 제5기 방심위 구성은 여야 갈등 끝에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7월 23일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진행으로 7인을 선임한 데 이어 이달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야당 추천으로 2인을 추가로 선정했다.

위촉 시기가 다르다 보니 제5기 방심위 위원의 임기 역시 나뉜다. 먼저 선임된 정 위원장과 황 부위원장 등 7인은 2024년 7월 22일까지가 임기다. 이후 선임된 김우석 위원과 이상휘 위원은 2024년 8월 5일까지다.

제5기 방심위는 앞으로 법정 소관 직무인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 등을 비롯해 방송, 통신 및 디지털 성범죄 정보 심의 안건 등의 처리를 진행한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