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가석방…멈춘 삼성 ‘투자시계’ 다시 돌까

이광영 기자
입력 2021.08.09 19:20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풀려나면서 삼성의 지지부진한 투자와 인수합병(M&A)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반면 이 부회장이 가석방되더라도 취업제한 규정과 2건의 다른 재판 영향으로 경영활동 제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8·15 가석방 대상자 심사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심사위는 이날 가석방 대상 명단을 검토한 뒤 재범 위험성과 범죄동기, 사회의 감정 등을 고려해 적격 여부를 과반수로 의결했다. 이 부회장도 이날 ‘가석방 적격’ 판정을 받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가석방심사위의 결정을 그대로 승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는 모습/ 삼성전자
재계 일각에서는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 복귀로 삼성이 총수 공백을 해소하고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회사 장기 미래를 좌우하는 굵직한 투자는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으로 이 부회장이 수감된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그동안 많았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도 6월 청와대 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은 대형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진다"고 호소한 바 있다.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인텔 등 경쟁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활발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미국 내 제2 파운드리 투자를 위한 의사결정을 지체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현실화 하면서 170억달러(19조원) 규모의 미국 내 파운드리 투자금의 종착지도 빠르게 결론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2016년 삼성전자가 9조4000억원에 하만을 인수한 후 조 단위 M&A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 총액은 1분기 말 기준 209조16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반면 파운드리 1위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113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120억달러(13조4000억원)가 투입되는 미국 애리조나 파운드리 생산라인 착공도 최근 시작했다. 인텔은 파운드리 3위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착수하며 삼성전자를 뒤쫓는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안도하는 분위기와 동시에 이 부회장이 국내외 출장 등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가석방은 사면보다 제약이 많아 이 부회장의 즉각적인 경영 복귀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이 예외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가석방의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규정이 유효하고 해외 출장도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재계가 그동안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아닌 특별사면을 요구한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계열사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와 관련한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고, 프로포폴 투약 혐의와 관련된 재판도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라며 "이 부회장이 온전한 경영 행보에 나서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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