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이 점유하던 시장에 플랫폼 스타트업이 전격 진출하면서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소비자 정보 부족으로 기득권 행세를 하던 이들이 플랫폼의 등장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에 기득권을 행사하던 이들은 이 같은 흐름을 막기 위한 견제안 마련 공세에 나섰다. 제2의 타다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직방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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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존 산업계과 신규 산업계의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과 법조계, 감정평가 시장 등 영역도 다양하다.

로톡에 변호사 광고 막는 변협…공인중개사 협회는 직방과 갈등

리걸테크 영역에서는 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와 대한변호사협회가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변협은 월정액을 받고 변호사 광고를 실어주는 로톡 서비스가 변호사법상 금지된 ‘사무장(로펌)의 중개 영업'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로앤컴퍼니는 로톡이 변호사 광고 업무를 할 뿐 대가를 받고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중개 서비스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변협은 로앤컴퍼니 영업을 견제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직접 징계하고 있다. 변호사들의 플랫폼 이용을 차단한 광고 규정 개정(5월)을 근거로 8월에는 변호사 1900명의 징계 조사에 착수했다. 사실상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들의 무더기 징계에 나선 셈이다. 변협의 징계가 지속되면 로톡 서비스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에 로앤컴퍼니는 변협의 징계 규정이 위헌적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업체 직방은 공인중개사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직방은 지난 7월 주거 종합 서비스 제공하는 사업 모델인 ‘온택트 파트너스'를 선보였다. 직방이 공인중개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직방이 제공하는 가상 공간이나 데이터를 활용해 비대면 방식으로 부동산 정보조회와 매매, 계약 등을 하도록 돕는다. 거래 성사시 중개보수를 직방과 중개인이 함께 나누는 구조다. 이같은 서비스를 위해 직방은 함께 제휴할 중개인을 모집하고 있다.

공인중개사 협회는 직방이 중개인을 모집하며 계획하는 ‘‘온택트 파트너스'가 직방의 직접 중개 서비스 진출을 전단계라고 봤다. 전국 곳곳에 ‘직방 체인점'화된 부동산을 두는 방식으로, 중개에 직접 직방이 진출하기 위한 밑그림이라는 것이 협회 측 주장이다.

이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서명운동을 전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을 잇따라 방문, 직방 진출이 중개인들의 생존권을 침해한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직방은 중개 시장 직접 진출은 전혀 구상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직방의 사업 모델 확장을 위한 협력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직방 관계자는 "중개업에 직접하려는 의도가 없다"며 "중개인들의 전문성을 존중·협력해, 부동산 산업을 첨단화하기 위한 취지의 비즈니스다"라고 설명했다.

감정평가 시장에선 형사고발…의료 영역에서 정치권 활용

감정평가 시장은 상황이 더 나쁘다. 빌라 가치 자동 산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빅밸류는 한국감정평가협회로부터 형사고발을 당했다. 협회는 빅밸류의 서비스를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이 정한 무자격자에 의한 감정평가에 해당한다고 봤다.

사태는 경찰이 빅밸류에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감정평가업계는 고도의 전문화된 평가 시장에 플랫폼 기업이 진출하는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감정평가업계는 자체 분석능력을 바탕으로 고도화된 플랫폼을 만드는 방식으로 대응책이 마련되고 있다.

의료 서비스 영역에서도 갈등은 첨예하다. 미용과 성형 관련 의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강남언니 플랫폼 영업을 견제하기 위한 의사협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강남언니의 성장세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지난 6월 기준 강남언니 앱 가입자는 300만명을 돌파했다. 사용자 시술 후기는65만명을 넘어섰다. 전국 성형외과 3곳 중 1곳은 강남언니에 입정해 가파른 상황이다.

의사협회는 정치권을 활용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은 의사협회의 요청 등을 반영해 2020년 말 의료광고 사전심의광고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이 통과되면 강남언니의 의료광고가 심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심의 주체다. 법안에 따르면 심의 주체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가 구성한 자율심의기구다. 강남언니가 제공하는 서비스 상당수가 불법 정보로 분류될 수 있는 셈으로 서비스가 제한될 수 있다.

전문 영역 비대칭 파고든 플랫폼 비즈니스…소비자 만족도 높아

이같은 플랫폼은 전문인의 정보 비대칭 상황을 플랫폼이 파고든 측면이 있다. 법조, 의료, 부동산 정보 시자은 정보 비대칭으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 쉽지 않던 영역이다.

스타트업 플랫폼은 이같은 시장에서 소비자의 갈증을 해소했다. 시장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정보를 한 데 모아 가격과 서비스 질을 직접 비교가능하도록 제공했다. 소비자는 발품을 팔아야 얻을 수 있던 전문 정보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소비자 의견은 플랫폼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리걸테크 영역이 대표적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설문 조사에서는 국민의 76%쯤이 법률 시장에도 IT 서비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법률 서비스에 대한 이용 편리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법률 문제 발생시 원하는 해결 방법을 묻는 질문에 ‘법률 플랫폼 이용하겠다''라는 의견은 32.9%였다. 지인이나 변호사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답변한 응답자 비율은 29.3%로 근소하게 뒤졌다.

강남언니를 이용하는 한 소비자도 "성형, 미용 정보를 얻으려면 시간이 정말 많이 든다"며 "온라인 상에서도 정보가 모이는 곳곳에 정보로 가장한 광고가 상당한데 강남언니를 이용하면 누적된 후기를 통해 정보를 감별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이 같은 갈등이 ‘제2의 타다’ 사태로 비화해 혹여나 신사업 서비스가 중단될까 우려되는 분위기가 짙다. 익명 요구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갈등을 빚는 서비스측에서 구산업 당사자들에게 대화를 요청하고 상생 방안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아예 진출 자체를 문제시하는 분위긱가 확연하다보니 대화 시작도 잘 안되고 있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