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공공기관 평가에서 평가배점을 잘 못 적용하고 점수 입력 누락으로 오류가 발생하는 촌극을 빚었다. 결국 10개 기관이 등급 조정을 받았다. 평가 오류에 대해 기재부 차관은 간단한 사과를 했다. 공공기관을 평가하면서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책임있는 조치가 없는 듯하다. 안 그래도 기재부는 정부기관에 대해서는 예산으로,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평가로 상급기관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난을 받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 대해서는 재정정책, 세제, 재난지원금, 주택정책 등을 놓고 의견 대립을 보이며 머리를 들다가 결국 힘없이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어 안타깝다.

기재부에서는 공공기관 평가제도를 전면 개편한다고 한다. 제도가 도입된 지 37년 만에 전면 개편을 방침을 밝힌 것이다. 제도 도입 초기와 달리 공공기관의 수는 계속 늘어나 130개나 된다. 이렇게 많은 기관을 평가하는 것은 방대한 작업일 뿐 아니라 그 것도 몇 달 안에 외부의 평가위원들에 의뢰해 이뤄지니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피 평가기관들은 드러내지는 않지만 불만이 많다. 평가가 기관들의 경영에 순기능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에 반응케 하는 역작용을 낳기도 한다. 공공기관은 전 직원의 성과급이 평가에 달려있어 해마다 노심초사하며 평가에 매달린다.

기재부에 평가에서 손을 떼기를 제안한다. 기관별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평가 자체는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적어도 해당 부처에 평가를 넘기고 기재부는 자율 경영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는 경영실적 평가제도를 자율과 책임경영체계를 확립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법률대로 37년 간 진행해서도 목적대로 자율책임 경영이 달성되지 않았다면 지속할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 민간기업이 스스로 경영 목표를 설정하고 매년 경영 실적 보고를 하듯, 공기업이나 준공공기관도 자체 목표와 정부의 시책을 반영해 스스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사후의 감사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기존의 방식대로 유지하면서 제도적인 보완을 한다면 적어도 평가 방법과 평가 편람의 구성을 바꿔야 한다.

우선 평가단 구성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교수, 회계사 등의 명망가들을 평가단에 포함해 놓고 그들의 재능기부에 의존하는 정도로는 평가에 심혈을 기울일 수 없다. 상시 전문 평가단을 꾸리고 그 작업에 상응하는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평가의 신뢰도와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 60%에 달하는 비계량지표를 계량화 비율을 높여 평가의 자의성을 줄여야 한다. 좋은 경영 지표는 평가자의 평가와 피평가자의 자기 평가 사이에 간극이 적어야 한다.

매년 반복되는 계획을 따르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기본 경영 평가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반면 22~24%에 달하는 일자리창출, 사회통합, 안전, 환경, 상생협력, 윤리경영 같은 사회적 가치구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의해 반영된 항목들은 큰 편차를 보인다. 따라서 경영 전반의 평가가 76~78%에 달하지만 편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공공성에 의해 평가의 등급이 결정되는 형국이다. 사회적 가치구현의 비중을 줄이든지 경영효율과 공공성 평가의 변별력과 편차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평가 편람에서 요구하는 평가 항목은 조직의 활동에 일관된 메시지를 줘야 한다. 비정규직전환, 청년미취업자고용,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 일자리창출을 강조하면서 노동생산성을 평가하겠다는 것은 모순이거나 혼란스럽다.

기관의 특성을 무시한 일괄적인 평가 항목은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 안전 경영이 강조되면서 산업재해 발생 여부와 안전법령 준수를 평가하고 있다.

사고 위험의 내재 유무, 기관의 규모를 무시하고 단순히 재난사고의 발생유무 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

차제에 평가가 공공기관을 순응시키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자율경영을 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기관 설립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피평가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평가의 신뢰도, 변별력, 합리성을 높이기 바란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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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