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50만대 보급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과금형 콘센트 보급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일반 완속충전기에 대한 지원규정 개선이나 신기술 적용 충전기 개발 보다 과금형 콘센 보급을 장려해 숫자 채우기에 목을 멘다는 지적이다.

과금형 콘센트는 쉽고 저렴한 설치 비용이 장점이다. 대신 최대출력이 낮아 상당한 충전시간이 소요된다. 전기차 충전기 업계에서는 정부 목표대로 단기적 보급에 과금형 콘센트가 유리하겠지만, 장기적 충전 인프라의 질을 감안하면 비효율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특별시내 신축 건축물에 설치된 과금형 콘센트 / 이민우 기자
서울특별시내 신축 건축물에 설치된 과금형 콘센트 / 이민우 기자
10일 전기차 충전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50만대 보급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금형 콘센트 보급에만 힘쓴다. 환경부는 올해 240억원을 배정한 전기차 충전기 보조사업에서 과금형 콘센트를 추가하고 설치시 50만원 지원금 도입을 결정했다. 서울시에서도 7000대 집중 보급을 시사했다.

현행 환경친화적 자동차 법률에서는 신축·기존 건축물 건설시 전기차 전용 충전구역 설정시 과금형 콘센트가 다른 급완속 충전기보다 선호된다. 전기차 전용 충전구역에 설치되는 충전시설을 규정하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제 18조의 5항(충전시설의 종류 및 수량) 때문이다.

해당 시행령 조항은 전기차 전용 충전구역에 설치되는 충전시설을 급속시설(최대출력 40㎾ 이상)과 완속시설(최대출력40㎾ 미만)로 이분화하고 있다. 과금형 콘센트의 경우 3㎾미만의 최대출력을 보유한만큼 완속시설에 포함된다. 과금형 콘센트가 일반 완속충전기와 따로 구분되지 않고 동일한 판정으로 건축물에 설치될 수 있다.

과금형 콘센트는 보통 2.3㎾ 수준의 낮은 충전 전력을 가져 70㎾내외의 전기차 배터리를 완충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브랜드마다 전용 콘센트를 구매해야하고 플러그 바꿔치기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충전기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기를 급속과 완속·과금형 콘센트 상관없이 설치만 하면 건설사에서는 주차장의 전기차 전용충전구역 요건을 만족시킨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과금형 콘센트가 설치 비용도 더 저렴하고 기존 콘센트를 활용하다보니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과금형 콘센트 설치를 기준으로 전기차 전용 충전구역으로 설정된 주차구역 / 이민우 기자
과금형 콘센트 설치를 기준으로 전기차 전용 충전구역으로 설정된 주차구역 / 이민우 기자
업계에서는 정부의 과금형 콘센트 위주 보급이 충전 인프라의 전체적인 질 향상을 저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7㎾이상급 완속충전기 보급과 이동형 등 다양한 형태의 충전기에 대한 세부적 지원 마련은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보급 장려를 받는 과금형 콘센트와 달리, 노후 건축물의 수전 용량 부족에 대비한 에너지 저장장치(ESS) 탑재 이동형 충전기나 여러대 동시 충전이 가능한 전력 공유형 충전기 등 기술 탑재 고성능 충전기에 대한 별도 지원책도 미비하다.

충전기 업계 관계자는 "과금형 콘센트의 경우 단기간에 충전 인프라를 확대에 유리한 반면, 전기차 소유주가 부담하는 초기비용이 존재한다"며 "충전에 장시간을 소요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비효율적인 충전 시스템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입주민 갈등을 야기하는 전기차 전용구역 기준을 세분화하는 등 해외처럼 2개 주차구역 사이에 설치된 충전기로 1개로 주차면 2곳의 동시충전도 가능하도록 개선해야한다"며 "ESS 탑재 이동형 충전기를 위한 점유 충전면 기준과 전력 공유형 충전기에 대한 지원 등 차별화된 충전기에 대한 정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