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연맹과 민생경제연구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소비자 단체는 11일 오전 온라인으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5G 품질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5G(5세대) 불통 현상을 즉각 보상할 것 ▲이통3사의 고객 서명 위조와 책임 떠넘기기 중단 ▲과기부의 5G 실태조사 시행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불통 5G 피해사례 발표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2019년 5G 상용화 이후 2년간 접수된 2000여건의 5G 사용자 피해를 공개했다. 이에 대한 이통 3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등 정부의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열린 3개 소비자 단체의 기자회견 모습. 왼쪽부터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과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한범석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통신분과장. / 참여연대 유튜브 채널 갈무리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열린 3개 소비자 단체의 기자회견 모습. 왼쪽부터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과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한범석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통신분과장. / 참여연대 유튜브 채널 갈무리
한국소비자연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2019년 4월 5G 상용화 이후 5G 소비자 피해 상담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연맹이 1372소비자상담센터(소비자 단체,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등이 참여하는 전국 단위의 통합 소비자 상담 처리 시스템)에 집계된 상담 건수를 살핀 결과, 2020년 접수된 5G 소비자 피해 상담 건수는 총 1995건에 달했다. 2019년(1720건) 대비 16% 증가한 결과다.

2020년 접수된 5G 피해 상담을 분석해보면, 통신 불량과 기기 불량 등의 품질 관련 피해가 전체의 49%(977건)로 가장 많았다. 계약 불이행과 계약 조건 설명 미흡 등의 계약 관련 피해가 39.8%(794건)를 차지해 두 번째로 많았다.

한국소비자연맹 측은 "소비자가 이통사에 5G 통신 불량을 호소하면 이통사는 커버리지 미국축으로 어쩔 수 없다고 답하거나 단말기 문제라고 책임을 떠넘겼다"며 "제조사 역시 단말기엔 이상이 없고 통신 불량이라고 책임을 회피해 피해를 구제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였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서울 등 수도권이 지방에 비해 5G 기지국이 충분하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통신 불량을 겪은 소비자의 59.1%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짚었다. 민생경제연구소는 강남 한복판에서 5G 품질로 어려움을 겪은 소비자 사례도 소개하며 품질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민생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소비자 A씨는 2020년 11월 SK텔레콤 대리점에서 5G 요금제에 가입했다. A씨는 이후 SK텔레콤이 5G 가능 지역으로 밝힌 강남구 소재 직장에서 5G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사진 업로드 속도에 문제를 느꼈다. 이에 SK텔레콤에 민원을 접수했지만 회사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A씨는 올해 5월 방통위 통신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SK텔레콤은 조정 과정에서 A씨가 다니는 직장 건물의 경우 통신장비 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며, 5G 커버리지 및 음영 발생 가능성을 A씨에게 미리 안내해 동의를 받았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이같은 주장과 함께 제출한 동의 서류를 살펴 보니 계약서 서명란에 기재된 자필 서명이 A씨의 것이 아님이 확인됐다. SK텔레콤은 결국 대리점 판매 단계에서 생긴 문제라고 인정하며 30만원의 보상을 제시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SK텔레콤은 이번 문제에서 대리점이 잘못했으니 대리점이 보상할 거다, 본사는 할 게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며 "오늘 소비자연맹과 소비자 단체에서 밝힌 피해 상담 통계를 보면 (A씨와 같은) 피해 사례는 더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20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집계된 5G 피해 상담 관련 통계 그래프 / 참여연대
2020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집계된 5G 피해 상담 관련 통계 그래프 / 참여연대
소비자 단체들은 SK텔레콤 사례를 포함해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5G 소비자 피해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터지면 그제서야 사후약방문 식의 태도를 보이는 점이 문제라고 밝혔다. 수면 위로 대두한 피해 사례에만 입막음 식의 보상을 진행하며 건별 보상액 차이도 발생한다고 짚었다.

한범석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통신분과장은 "이통 3사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에게만 입막음 용으로, 건별로 보상해 실질적으로 피해를 감수하는 많은 소비자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다. 과기정통부 신문고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방통위 조정을 한 사례에는 최대 130만원까지 사례금을 지급한 사례도 있다"며 "이통 3사가 (5G 서비스) 문제를 인지함에도 아주 제한적으로만 보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단체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통 3사와 정부의 문제 해결 의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이통 3사가 현재까지 발생한 5G 소비자 민원 사례를 공개해 제대로 된 시정에 나서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방통위와 과기정통부가 최근 진행한 KT 초고속인터넷 논란 개선 사례처럼 이번 문제에도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설명도 더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KT가 (정부 개선 지시 이후) 상품 보장 속도 대비 실제 속도가 50%에 이르지 않는 고객애게 요금을 자동 감면해주고 한시적으로 보상센터를 운영하는 등 개선을 보였다"며 "(해당 사례와 연관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9000명이라면 5G 가입자는 1600만명이다. 이통 3사가 지금이라도 보상 센터를 만들고 실태 조사를 해서 소비자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도 실태조사와 과징금 등의 가능한 행정 조치에 임해야 한다"며 "소비자 단체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같은 개선을) 정부와 이통 3사에 촉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