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법제화 개선] "특금법, 가상자산 업권법으로 진화할 수 없어"

이은주 기자
입력 2021.08.12 16:23
"가상자산 산업은 다양한 영역에서 지금 이순간에도 성장하고 있다. 거래소·커스터디·지갑·채굴 등만 주로 알려졌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가상자산 산업이 존재한다. 산업별, 기업별 차이를 충분히 고려한 규제가 필요하다. 특금법은 가상자산 업권법으로 진화할 수 없으며 진화해서도 안 된다."

정상호 델리오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 IT조선
IT조선은 12일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여야 합동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발제를 맡은 정상호 대표는 ‘가상자산 커스터디와 지갑 사업자 법제화 방향'을 주제로 비거래소 사업자의 특금법 시행 현황을 점검하고 가상자산 산업 육성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가상자산 산업의 몰이해에 기반한 단편적인 규제 추진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상자산 산업은 범죄를 위해 이용되는 시장이라는 인식에 기반한 규제가 추진돼 투자를 막고,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가상자산 하면 범죄를 떠올린다"며 "이는 현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실제 경찰청 자료를 살펴보면 2020년 가상자산 시장에서 발생한 범죄 건수는 333건으로 피해액은 1조원이다. 2019년에는 가상자산 산업에서 103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정 대표는 "2020년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2019년보다 75배 성장했다는 점과 비교해보면 범죄 건수 증가가 유의미한 수준인지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가상 자산은 오히려 기록에 의한 추적이 용이해서 범죄에 사용되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가상자산 산업이 도박과 사행산업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은 소극적 투자나 과도한 규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0년 우리나라 가상자산 기업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과 비교해 70%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2019년에 비해 10% 더 줄어든 수치다. 그는 "이런 추세라는 글로벌 자산 시장 점유율은 당연히 떨어질 것이다"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가상자산 산업 가운데 ‘비거래소' 업자의 자금 세탁 위험이 높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거래소는 현금 거래가 가능하고 해외에서 국내로 자금이 이동되기 때문에 자금 세탁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비거래소의 랜딩, 예치 서비스는 자금 세탁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 대표는 "랜딩과 예치를 이용하면서 자금을 세탁할 이유와 유인이 없다"며 "은행은 채굴을 통해 자금세탁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가능할 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 산업 내의 거래소와 비거래소 부문을 구분해서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금세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는 서로 다른 관저에서 별도로 접근해야 한다. 별도의 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호 대표는 또 비거래소 부분에서 특금법에서 정한 가상자산 사업자의 ISMS 요건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는 9월 24일 특정금융법(이하 특금법) 상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 커스터디(금융자산을 대신 보관 및 관리해주는 서비스) 사업자에 비상이 걸렸다. 현행 정보통신망법 상 두 달 이상 서비스를 운영해 온 사업자만 정보보호관리체계인증(ISMS) 심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ISMS인증은 비거래소 분야와 맞지 않다"며 "비거래소 분야는 애초에 ‘콜드월렛'이 필요없는 기업이 많다. 거래소는 보안이 중요하므로 필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외 분야에서는 이 인증이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특금법이 보장하는 준비 기간도 물리적으로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금법은 6개월의 시간을 줬다. 그러나 이 기간 내에 ISMS 인증을 받기는 어렵다. 인증만 해도 6개월 이상~1년 간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의 모호성도 문제로 꼽았다. 가상자산 산업에는 거래소뿐 아니라 비거래소 부문에서 다양한 산업들이 성장하고 있는데, 거래소 규제 관점만으로 모든 사업자를 규제하려다보니 나온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거래량을 보면 거래소가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다. 그러나 거래소 외 기업들 또한 다양하게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 산업별, 기업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다고 보니 내용이 모호하다. 관련 기관의 유권 해석을 요청해도 애매모호하게 답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가상자산 산업을 범죄처럼 이해하는 인식에서 벗어나서,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체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기존 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전향적인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며 "가상자산전문업권별 제정이 필요하고 정부 내 관련 기관 독립된 부서도 신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 산업이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분야로 진화중인 속도감을 염두에 두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그는 "현재 가상자산 규제 방향은 거래소 에 대한 영역에서 출발한듯하다. 거래소에서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다양한 사업 분야에 필요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전문업권법 제정이 필요하고, 가상자산 부문의 독립된 부서도 만들어져야 한다. 새로운 영역인 만큼 완전은 가상자산 업계만을 타깃으로 한 독립 부서가 규제를 주도해야 실효성있고 효과적인 규제안들이 만들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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