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을 위한 별도의 법을 마련하되, 특금법과 산업법(업권법)이 상호보완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변호사는 12일 IT조선이 개최한 ‘가상자산 법제화 및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특금법의 미비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가상자산업자 신고를 준비하면서 본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의 문제점과 제안을 이야기했다.

12일 ‘가상자산 법제화 및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의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변호사가 ‘특금법의 미비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설명하고 있다. / IT조선
12일 ‘가상자산 법제화 및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의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변호사가 ‘특금법의 미비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설명하고 있다. / IT조선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의무 까다로운 기준, ISMS 실효성 의문

조원희 변호사는 특금법 제7조 3항에 주목하며 "수리하지 않을 수 있는 부분을 어떻게 잘 활용할지가 관건이다"라며 "현재 있는 법으로 이 부분을 해석해 적용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봤다.

특금법 제7조는 가상자산업자의 신고의무를 명시했다. 3항에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를 수리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해당 사항은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자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통해 금융거래 등을 하지 아니하는 자다.

그는 모든 가상자산업자가 정보보호관리체계인증(ISMS)을 받아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가상자산사업는 ISMS 인증시 기본항목 234개에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추가 항목 56개를 더해 총 290개 항목을 심사 받아야 한다. 물론 290개 항목을 무조건 다 맞춰야 인증이 통과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업 내용에 따라 적절히 조정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유연성이 크지 않다.

국내 가상자산업자는 이처럼 은행의 정보보호를 위한 절차와 가상자산에 부과되는 절차를 모두를 갖춰야 인증에 통과하는 셈이다. 조원희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특금법에서 말하는 요건을 모든 가상자산업자가 갖춰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ISMS 신청은 소요기간도 길다"고 지적했다. 보통 6개월에서 9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1년 정도 시스템 준비기간을 거친 업체 이야기라는 설명이다.

성급히 진행된 특금법 시행

조원희 변호사는 특히 특금법이 성급하게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특금법은 지난해 3월 24일 개정돼 올해 3월 25일 시행됐다. 그는 법이 나오기 전에 관련자들 의견을 듣고 청취하는 과정 자체가 성급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으로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정해진 초안대로 법안을 진행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정해진 내용 자체에도 의문을 가졌다. 컨트롤타워나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법안의 정확한 방향성이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법을 맡게 됐지만, 가상자산업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규제가 결국 거래소 위주의 정책으로 쏠렸다.

가장 큰 문제는 특금법이 자금세탁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정작 가상자산 시장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사기, 다단계, 유사수신, 불투명한 상장 과정, 시세조작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사기나 다단계 관련 국내법에 있지만, 나머지 세 문제점에 관한 법은 없기 때문에 법 개정이나 제정 등 규제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각종 법률안을 종합할 하나의 법을 만드는 고민도 필요하다.

조원희 변호사는 그동안 관련 법들이 존재했음에도 각종 피해 사례가 발생한 것은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할 주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일본의 사례처럼 금융위 단속전담 공무원 5명이 가상자산 설명회 등에 참석해 문제점을 발견하면 주최 측에 공문을 보내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정부가 어디서나 관련 사항을 보고 있다는 경각심을 느끼게 돼 규제나 법 없이도 불법 행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관련 법률 검토나 개정 필요

결론적으로 조원희 변호사는 가상자산의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을 위해 "자본시장법이나 특금법 등 기존 법률을 검토하거나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가상자산의 개념을 제대로 정립하고, 규제와 육성 2가지 관점을 나눠 관련 법을 짜야 한다는 시각이다. 규제의 경우 개별 법률의 목적이나 취지에 맞게 가상자산을 구분하고 규제의 구조를 정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육성 측면에서는 기존 규제 테두리 내에서 가능한 사업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거나 가상자산 특성에 맞는 절차를 신설하는게 더 좋다는 생각을 말했다. 그러면서도 규제와 육성 정책이 함께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새로운 법률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금법의 본래 자금세탁을 적발하려는 본래 목적을 지니니 다른 영역에서 필요한 보호책을 특금법 안에 포함시키면 결국 ‘누더기 법률’에 불과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조원희 변호사는 "별도의 법이 필요하며, 특금법과 산업법이 상호보완돼 문제점을 규제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며 그러면서도 육성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마무리를 지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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