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는 인터넷을 통해 방송을 제공하는 OTT(Over The Top) 사업을 진흥 중이다. 신규 서비스인 만큼 시장 활성화 정책을 펼친다. 글로벌 시장에서 넷플릭스 등 대형 사업자에 맞설 수 있는 토종 OTT 육성을 위해 OTT 사업자를 특수 유형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했다.

하지만 OTT 기업을 겨냥한 입법 움직임이 최근 심상찮게 흘러간다. 기존 유료방송 사업자 수준의 책임을 부과하는 등 규제 준비가 착착 진행되는 모양새며, 특히 블랙아웃을 방지하는 법안을 논의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의문이다. 토종 기업을 옥죄는 가운데 외산 업체는 수혜를 받는 역차별 논란도 크다.

국회에 따르면, 입법부는 2021년 국정감사에서 OTT 서비스의 블랙아웃(정상적으로 방송이 나오는 대신 검은 화면이 송출되는 현상) 관련 문제를 논의한다. CJ ENM의 실시간·주문형(VOD) 방송이 일부 OTT에서 나오지 않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 문제를 다룬다는 것이다. CJ ENM 콘텐츠는 플랫폼 업체와 공급 대가 문제로 송출되지 않았었다. 국회가 국민의 시청권 침해를 이유로 문제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 이런 움직임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료방송 사업자의 경우, 1990년대 출범 후부터 지상파 3사와 EBS를 비롯해 다양한 채널을 서비스했다. 종편 4사 출범 후에는 한시적으로 의무전송을 했었다. 법적으로는 의무전송채널인 KBS1과 EBS 채널만 제공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눈치를 보며 KBS2, MBC, 종편, 보도채널 등 다양한 방송 채널을 제공 중이다.

원칙적으로 유료방송 업체는 기업과의 콘텐츠 대가 관련 협의 불발 시 특정 채널을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눈치를 보며 20년 이상 권리를 침해 받았다. 방송 콘텐츠 블랙아웃 관련 이슈에 정부나 국회가 끼어든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기업 간 거래 분야에 사법부나 행정부가 억지로 끼어들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특수 유형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된 OTT를 유료방송 범주로 판단해 제약을 가한다는 것은 더 말이 안된다.

IPTV 사업자가 운영하는 시즌 등 OTT 서비스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와 달리 실시간 방송 채널을 운영한다. 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 규정을 준수한 콘텐츠라면 어떤 것을 보여주던 상관이 없고, 의무전송 채널 편성 의무도 없다. 무엇보다 콘텐츠 대가에 대한 기업 간 이견이 큰 상황에서 해당 채널을 무조건 송출하라는 식은 플랫폼 사업자나 콘텐츠 사업자 양쪽 모두에 손실을 떠넘기는 식이다. 대가에 대한 합리적 수준의 협의 없이 힘있는 집단의 강요에 의한 일보 후퇴이기 때문이다.

실시간 채널을 운영하지 않는 글로벌 OTT 사업자는 상대적으로 블랙아웃 규제에서 자유롭다. 의무 채널에 대한 부담 자체가 없는 만큼, 토종 업체 입장에서 역차별이다. 가뜩이나 외산 업체의 활보에 따라 OTT 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데, 법으로 블랙아웃 방지에 나선다는 것은 너무 과한 처사다.

방송 플랫폼 트렌드는 시시각각 변한다. 코로나19 확산 후 기존 콘텐츠 유통 시스템이 OTT 중심으로 바뀌었고,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진출도 가시화됐다. 넷플릭스 같은 한국 기업이 왜 없냐고 떠들게 아니라, 이미 열심히 하고 있는 플랫폼 육성부터 먼저 나서야 한다. 규제부터 먼저 하겠다는 지금과 같은 분위기는 한국의 경쟁력만 낮출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진 디지털산업부장 jin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