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월말부터 인터뷰 날짜인 8월13일까지 노동, 교육, 연금, 공공부문, 대학 등 5개 분야의 공약을 차례대로 발표했다.

윤 의원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구조개혁의 우선 순위에 대해서는 "첫째는 노동, 둘째는 교육"이라며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해 거의 인적 자본만으로 성장하고 여기까지 올라온 나라이기 때문에 인적 자본과 관련된 구조개혁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꼭 해야할 구조개혁을 순서대로 꼽아본다면.

"지금까지 공약을 노동, 연금, 교육, 공공부문, 대학 분야에서 냈는데. 첫째 노동, 둘째 교육, 셋째 연금, 넷째 공공부문이다. 교육에는 대학도 포함된다."

-노동과 교육을 1, 2순위로 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발전해 온 과정 자체가 사람, 즉 인적 자본이라는 요인이 가장 컸기 때문이다. 천연 자원이 많거나 문화 유적, 날씨 등 관광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과 달리 한국은 오로지 사람을 축으로 해서 여기까지 올라온 나라이고 사람이 유일한 자산이다."

-귀족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고 했다. 귀족노조와 어떻게 싸울 것인가.

"대체근로 허용과 사업장 점거 금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게 과연 될까?

"대체근로 허용과 사업장 점거 금지가 실현될 것인가를 말하는 것인가?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가 실현되더라도 노동 개혁이 어렵다는 얘기인가?"

-둘 다이다.

"일단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활용해 무기한 농성을 하면 사용자측은 요구조건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사용자측은 대응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노조가 훨씬 유리하다. 노동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메울 수 있는 것이 대체근로 허용이다."

-법을 바꿔야 할 텐데.

"현재 여대야소라 정권을 교체한다고 해도 법을 바꾸기 어렵다. 대선 국면에서 이를 공표하는 이유는 노동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국민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이해도가 높은 상태에서 입법을 논의하면 정치권이 반응할 수 밖에 없다."

-대체근로 허용과 사업장 점거 금지의 영향이 클까.

"물론 법 하나를 바꾼다고 해도 전체 노동시장에 파급력을 미치긴 어렵다. 하나가 전체로 번지기도 어렵고. 그래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꾸는 건 중요하다. 노동시장에 겹겹이 싸여 있는 문제들을 깨야 하는데 한꺼번에 모두 깨기는 어렵고 하나씩 하나씩 깨나가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현행 법이 2년 근무 후에는 정규직 전환 의무가 있으니까 2년이 되면 해고하는 문제가 있어서, 해고 대신 2년 근무 후 임금 등 처우를 정규직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자는 공약을 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으로 아예 처음부터 비정규직의 처우를 정규직과 같게 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 아닌가.

"그렇게 하면 처음부터 비정규직 고용을 안 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고용이 늘어나는 게 낫지 않나. 지금 대기업들이 대부분 신입 공채를 줄이고 경력 직원을 뽑아서 쓴다. 그러면 처음부터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 일단 비정규직으로라도 뽑아서 쓸 수 있어야 한다. 2년까지는 비정규직으로 쓸 수 있지만 숙련도가 어느 정도 생기는 3년차 이상 계속 쓰려면 처우를 정규직과 같게 하라는 것이다."

-사무직에 적용되는 얘기인 것 같다. 공장 등 육체노동을 하는 곳은 사내 하청 등의 문제가 있다.

"사내 하청이 들어와서 똑같은 라인에서 일하고 생산성이 똑같은데 페이는 왜 다른가? 사용자(계약당사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하청과 비슷하다. 기업들이 상황에 따라 하청을 쓰는 것인데, 사내 하청과 원청기업 근로자의 일이 같으니 똑같은 임금을 달라고 하는 것은 계약당사자의 다른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하는 일이 비슷한 근로자는 자신을 채용한 당사자가 누구인지 상관없이 임금을 동일하게 받아야 한다는 원칙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를 해결하는 것은 투쟁이 아니라 노사를 비롯해 원청과 하청의 공통된 합의와 양보가 필요하다. 일본은 그렇게 한다."

-일본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가 크지 않다는 건 일본 사회의 특수성 때문이다. 대기업 대표들이 중소기업들을 배려해주고 상생해 나가는 암묵지적 특성이 있다고 알고 있다.

"일본에서도 과거 1970년대 전투적 노조, 귀족 노조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나. 시대가 바뀌었고 이제는 상생의 시대가 된 것이다. 투쟁의 시대는 빛이 바랬다. 우리나라도 지금이 과거와 다르게 경로를 틀어서 가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 구조가 대기업에 집중돼 있고 대기업의 경쟁력, 생산성이 높다보니 임금 격차가 크다. 귀족노조는 현재 이득이 너무 커서 이를 놓기 싫은 것이다."

-연공서열급을 직무성과급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꼭 필요한 일이다. 일단 공공부문은 어렵지 않다. 정권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결심의 문제다. 민간부문은 근본적으로 취업규칙을 어떻게 바꾸느냐의 문제인데 취업규칙을 수정하기가 너무 어렵게 돼 있다. 노동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노조가 강한 기업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노동자들의 전체적인 이해가 고르게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우선이다."

-노동자의 전체 이해가 반영된다? 직무성과급으로 바꿨을 때는 젊은 직원들은 좀 더 많이 받고, 나이 많은 직원들은 주요 보직이 없으면 일반 팀원과 비슷하게 받고 그런 이야기인가.

"누구는 덜 받고 누구는 더 받고는 끝이 없는 이야기다. 임금체계를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는 인프라의 문제다. 많은 직종과 직급이 있고 이를 관찰해서 체계를 재디자인하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에는 이런 임금체계를 디자인하는 컨설팅 회사 등이 있다. 일반 기업이 그런 전환을 하려고 할 때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디자인된 임금체계에 대한 불만이 나올 때 소통을 통해 디자인한 임금체계의 목적이 어떤 것인지 구성원에게 인지시킬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의 목표에 따라 측정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일단 공공부문 등에서 시작하다 보면 선도적인 곳에서 모범이 되는 사례가 만들어질 것이다. 노동자들이 대부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가 돼야 한다."

-국내에서는 임금 단체협상을 1년마다 하는데, 다른 나라는 4년으로 하는 곳도 있고 주기가 긴 편이다.

"지난해 말 단체협상 유효기간을 최대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 노동조합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선된 것이긴 하나 관행은 여전히 1년마다 하는 것이다. 노사의 관계가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노조에 유리하게 1년마다 한다. 기울기 해결이 근본적인 과제다."

-최저임금을 전문가 그룹이 제안하고, 정부가 승인하는 공약을 제시했는데.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것 등은 노동부 공무원들이 관성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임금 협상을 매년 한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은 최저임금을 10년간 동결하기도 했다. 스웨덴은 아예 정부가 제시하는 최저임금이 없고 사측 대표와 노측 대표(산별노조)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필요할 때 최저임금을 논의한다. 여론을 통해 싸우고 바꿔가야 한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별화를 얘기했는데 지역별 차별화 또는 연령별 차별화(고령자는 낮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역별로 차별화하는 것은 '최저임금이 낮은 곳은 낙후돼 있다'는 인식을 주는 정치적인 문제가 있다. 고령자의 최저임금을 낮게 하는 것은 취업에 유리하게 보호하는 것인데, 이미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을 안 받고 근무하는 사람이 300만명이다. 전체 근로자의 15% 정도다. 고령자 대부분이 이미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있어서 연령별 차별화는 실효성이 적을 것 같다. 도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 등 생산성이 낮은 산업은 최저임금을 낮춰주는 업종별 차별화가 필요하다."

-대학 개혁 공약으로 사립대는 'NO 지원, NO 간섭'으로, 국립대는 지역 거점 대학으로 육성한다는 공약을 냈다.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사립대 예산 중 정부 지원이 15% 정도 되는데, 그게 없으면 운영이 어렵다고 한다.

"서울대는 1년에 아무 조건 없이 한꺼번에 5000억원 정도 받는다고 알고 있다. 다른 국립대는 그보다는 훨씬 못 받기는 하다. 그러나 일반 사립대는 무슨 무슨 사업 등 명목으로 꼬리표가 달린 돈을 정부 지원으로 받는다. 교육부가 그걸 가지고 대학을 통제하는데, 현재 지원하는 정도 수준은 유지하고 사립대에 대해서는 정부가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립대는 등록금 올리려면 마음대로 올리고, 학생 선발과 시험도 자율적으로 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지방대의 경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데 중국 등 해외 유학생에 특화하든, 평생 교육원으로 전환하든 대학이 스스로 자구책을 시도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정 안되면, 폐교하는 경우 자산을 국고로 귀속해야 하는데 이 중 일부 돌려주겠다는 것도 필요하다. 아무튼 자율과 경쟁이 핵심이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개혁은 어떻게 해야 하나.

"2055년쯤이면 국민연금이 고갈된다.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올리는 것이 관건인데 확정적인 방안은 없다. 연금은 여당이나 야당, 어느 한 당이 관철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바꾸는 건 자살행위다. 스웨덴과 독일도 여야가 손잡고 합의해 연금개혁이 성공했다. 일단 여야가 목표에 대해 합의하고, 국민들에게 목표를 인지시킨 후 노사 빼고 전문가들이 추진 계획을 논의해야 한다. 사회적 대표성도 필요하므로 각계 대표 앞에서 설명하는 과정도 있어야 한다. 연금이 이대로 가면 큰 일 난다는 위기의식이 형성되는 게 중요하다."

-위기의식 형성이 어렵다. 박근혜 정부 때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오히려 개혁에 역행하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 주장까지 나왔었다.

"KDI(한국개발연구원)에 있었을 때, 스웨덴 각계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 경제에 대해 의견을 듣는 행사가 있었다. 그때 참여했는데 그들에게 연금개혁을 어떻게 했느냐고 물어봤다. 'We are lucky.'라더라. 1990년대 초반 금융위기가 닥쳐서 위기의식 속에서 연금개혁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 뿐이었겠나.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국민들을 설득해나갔기 때문에 연금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다."

-국민연금이 이대로 가서 고갈되면, 현재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거둔 연금보험료를 바로 은퇴자에게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부족한 금액은 국고로 지원하고.

"연금보험료를 올리는 게 어려우니까 고통분담을 위해 국고를 사용한다는 아이디어 같은데 둘다 국민의 부담이다. 보험료 인상 등 현재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해야 하고, 단계적으로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도 문제다. 다른 부문의 예산 지출을 그만큼 줄여야 할텐데."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은 공무원과 교사의 처우가 낮았던 예전에 도입된 것이다. 모두 공무원과 교사를 하려고 하는 지금 시점에 맞지 않다. 국민연금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좀 고차원적인 이야기다. 공무원이 다른 직업에 비해 선호되는 이유는 연금 말고도 고용안정성이 크다. 임금도 예전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 공무원연금 설계를 국민연금과 비슷하게 해도 지원자는 충분히 많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과의 일원화는 너무 멀리 나간 것 같다. 한층 높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공무원 연금의 경우 국민연금보다 납입금 대비 수급액이 훨씬 많다. 공무원 연금 적자를 메꾸자고 국고를 계속 넣는 것도 문제다. 일단 공무원연금이 자립할 수 있도록 보험료를 인상하는 게 우선이다.

공공부문을 홀대하는 것은 안 되지만, 동시에 공공부문을 너무 우대하는 것도 안 된다. 중동 국가들은 민간 일자리가 없어 대부분 석유 관련 산업이 있는 공공부문이나 공무원 쪽으로 재능 있는 사람이 쏠리는데, 그러면 나라의 미래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공공부문 개혁 공약에서 청와대 축소를 1순위로, 공공기관장 정치적 임명 반대를 2순위로 제시했는데.

"국민들은 대통령이 무한책임을 진다고 생각하는데, 대통령도 법을 지키면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정부조직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은 비서실장과 국가안보실장을 1명씩 둔다고 돼 있다. 수석들의 업무가 조직법상 정해진 게 없다. 법적인 위임을 받지 않은 수석들이 장관을 지휘하는 것이 문제다. 문재인 정부에서 그런 경향이 많이 심해졌다. 정부 시작 때부터 장관이 유명무실하고 수석이 전면에 나선다. 이런 병렬적인 조직 구조는 전체주의 국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정식 정부가 있고, 실제 권력을 지닌 조직이 따로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공산당이나 노동당이 그렇지 않나. 장관 인사 뿐 아니라 공공기관 사장 인사도 청와대에서 한다."

-공공기관 인사의 경우 선거 때 도와준 사람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인데.

"논공행상을 관행적으로 하다보니 일어나는 문제다. 진짜 전문가나 능력 있는 사람이 있다면 보내도 되지만 논공행상을 무조건적으로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교수들의 경우 직업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무슨 자리를 줘야 하나. 교수들도 전문가로서 국가를 위해 사심 없이 도와야 하는 것 아닌가."

-교육분야 공약에서 정치교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내놓은 이유는.

"일부 정치편향적인 교사들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보도를 모두 가짜뉴스라고 하고, 노동유연성을 말하면 또라이라는 등 막말을 서슴없이 하는 교사가 있다. 부산의 한 고교에서는 한국사 시험에 조국 일가를 수사하는 검찰을 비난하는 취지의 문제가 나왔다. 학창 시절에 자존감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무분별하게 자신의 이념이나 정치적 입장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교사들은 퇴출해야 한다."

-정치교사로 분류하는 기준은.

"시험이나 숙제에 정치 성향을 주입하려 하는 것이나 수업 시간에 자신의 정치성향과 다른 발언을 하는 학생을 망신주는 등의 기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이어야 하고 교사들이 스스로 조심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부동산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집값 급등에 대한 해결책은.

"우리 경제가 발전하면서 국민들의 주택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졌다. 새 집, 새 아파트를 원하고 서울 외곽의 먼 곳에 있는 것보다 도심 지역 내에 있는 걸 원한다. 그런데 도심 지역의 재개발과 재건축을 억눌러놓고 있다. 도심의 주택기능을 살려야 한다."

-도심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국민들이 원하는 좋은 주택 공급을 많이 늘려야 한다?

"당연하다. 그거 말고 해법이 있나."

대담=정재형 취재본부장,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