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물질 나온 농심·팔도 라면, 48조 글로벌 시장 어쩌나

김형원 기자
입력 2021.08.19 06:00
농심과 팔도의 유럽 수출분 라면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한국산 라면 전체에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K콘텐츠 인기를 업고 해외시장 확장에 박차를 가했는데 제동이 걸렸다. 글로벌 라면 시장 규모가 연간 48조원 수준임을 고려할 때 K라면 업계의 타격은 극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1~2개월 안에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모듬해물탕면 / 농심
유럽연합(EU)의 식품사료신속경보시스템(RASFF)은 최근 농심 ‘모듬해물탕면'과 팔도 ‘라볶이’에서 독성 물질인 ‘2-클로로에탄올(2-CE)’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RASFF는 문제가 된 제품의 1월, 3월 수출분을 현지 유통채널에서 회수 조치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조사에서도 문제가 된 제품에서 2-CE가 검출됐다. 수출용 모듬해물탕면의 야채믹스 원재료 6가지 중 수입산 건파에서 0.11㎎/㎏이 검출됐고, 내수용 모듬해물탕면 야채믹스에서도 2.2㎎/㎏이 나왔다. 팔도 제품에서는 수출용 분말스프에서 12.1㎎/㎏이 검출됐고 내수용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2-CE는 발암물질인 에틸렌옥사이드(EO)의 대사 산물로 피부에 흡수될 경우 독성이 있지만 발암물질로는 분류되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을 섭취했을 때 인체에 해가 있는지를 판단한 결과 모두 '위해우려 없음'으로 평가했다.

식품업계는 독성물질 유입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원재료간 배합 과정에서도 의도치 않은 성분이 발생되는 케이스가 가끔 있다"며 "문제가 발생되지 않게끔 최대한 노력하지만 100% 해결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K라면의 브랜드 위상도 추락 위기다. 해외 매체 보도 등을 통한 정보 확산으로 현지 소비자들 사이서 K라면 구매기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글로벌 라면 3위 자리를 노렸던 농심 입장에서는 해외 시장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문제다.

세계 라면시장에서 한국의 경쟁국으로 평가받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K라면 독성물질 검출 문제를 크게 보도했다. 중국 매체 환구시보는 K라면 문제가 중국 식품수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럽연합 발표로 해외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며 "K라면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호감도가 한참 올라간 와중에 터진 사고라 K라면 대표주자 농심은 물론 국내 라면 제조사 전체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K라면 수출액은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0년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9.3% 상승한 6억362만달러(7100억원)다. 국가별로 라면 수출액을 살펴보면 중국이 가장 많은 1억5000만달러(1767억원)로 전체의 24.7%를 차지했다. 2위는 미국으로 8200만달러(966억원), 3위 일본 5500만달러(647억원), 태국 2700만달러(318억원), 필리핀 2400만달러(282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농심의 경우 미국과 중국에 라면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다. K라면의 세계 시장 판매액은 이보다 더 크다. 농심의 2020년 라면 수출액은 3억4950만달러(4100억원)이며, 미국 법인 매출은 3억2600만달러(3840억원), 중국 법인은 3억1500만달러(3700억원)를 기록했다. 농심 한 회사만으로 세계 라면 판매액 1조1600억원을 달성한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라면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412억달러(48조5300억원)로 전년 대비 11.3% 성장할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라면 점유율 1위는 중국의 ‘캉스푸(康師傅)’로 13.4%다. 2위는 인스턴트 라면을 최초로 개발한 일본 닛신(日淸·9.9%)이다. 그 뒤를 인도네시아의 인도푸드(7.5%), 일본의 토요스이산(東洋水産·7.3%)이 따르는 모양새다.

농심 입장에서는 세계 라면 3위 인도푸드와의 점유율 격차가 1.8%에 불과해 공격적인 글로벌 사업 행보로 바탕으로 세계시장 3위 자리를 넘보고 있던 상황에서 벌어진 악재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해외시장 악재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에 비해 유럽이 상대적으로 K라면 점유율이 낮다는 점이 불행중 다행이다"며 "건조식품 특성상 악재는 1~3개월내에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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