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제페토의 성공이후 국내 기업들이 우후죽순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관련 기술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플랫폼 구축에만 힘 쓰지 말고 기술 발전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로블록스 / 조선DB
로블록스 / 조선DB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외 주요 국가는 메타버스 산업 자체를 육성하는 정책보다는 확장현실(XR·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아우르는 용어) 관련 디바이스(기기)나 콘텐츠 육성에 초점 맞추고 있다. 관련 기업들 역시 이런 정책에 힘입어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린다.

미국은 페이스북, 엔비디아, 유니티 소프트웨어,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기술을 갖춘 기업이 다수 존재한다. 페이스북은 VR 기기 전문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해 초창기 메타버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당시 마크 주커버그는 VR이 가장 뛰어난 소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최근 그는 5년 내로 페이스북을 메타버스 기업으로 변신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엔비디아는 실시간 3D 협업을 위한 메타버스 솔루션 엔비디아 옴니버스를 통해 다양한 산업 분야의 원격 협업을 시도한다. 시뮬레이션 작업도 지원한다. 이와 비슷하게 3D 그래픽 개발 플랫폼 기업 유니티 소프트웨어는 메타버스 게임 엔진을 개발한다. 로블록스는 네이버 제페토와 더불어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꼽힌다.

미국 기업의 성장 바탕에는 다방면에서 메타버스 기술을 연구하고 지원하는 정부 정책이 뒷받침 한다. 미국은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다양한 XR기술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육군 훈련에 XR기술 활용한다. 국토안보부는 응급상황 대응을 위해 가상훈련 플랫폼 개발해 사용한다.

유럽연합(EU) 역시 중장기 XR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유럽연합에 속해있지 않지만, 영국은 유럽 대륙에서 메타버스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하는 대표적 국가다. 영국은 최초로 실감경제(Immersive Economy)라는 개념도 제시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같은 실감 기술로 사회·경제·문화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다. 영국은 현재 4대 디지털 핵심 기술로 XR을 지정해 지역 클러스터 기반의 산업 발전을 일구는 목표를 지녔다.

중국의 속도도 심상치 않다. 우리보다 앞선 2016년부터 중앙정부가 전략형 신흥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XR확대 정책을 실시했다. 이에 지방정부 별 지역 맞춤형 산업 육성을 추진했다. 특히 베이징, 난창, 허베이 등 동부지역에 VR, AR 산업단지를 조성해 시민들이 XR을 체험할 수 있게 했고, 창업 단지를 조성했다. 중국 텐센트는 로블록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중국 내 권리를 가진 상태다.

이는 우리나라가 메타버스 산업 자체에만 몰두하고 있는 현실과 상반된다. 최근 SK텔레콤, 싸이월드, 신한은행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내놓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타트업도 플랫폼 개발에 뛰어 들었다. 카카오 최고IP책임자(CIPO) 출신 권승조 대표가 설립한 메타스케일, 소셜미디어형 플랫폼을 개발 중인 닫닫닫 등이 그 예다.

특허청에 따르면 메타버스 관련 출원은 올해 처음 등장해 지금까지 18건에 달했다. 게임용 소프트웨어, 메타버스 콘텐츠 제공용 소프트웨어, 메타버스 소프트웨어 설계 및 개발업 등이다. 대부분 기술 관련이 아닌 플랫폼을 구축하는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다.

메타버스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산업 발전의 뼈대를 두고 논쟁이 오간다. 플랫폼과 기술에서 우위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둘다 중요하다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논쟁거리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결국 두 가지 요소의 결합은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는데 중요하다. 한상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국내에서도 XR기술을 융합해 폭넓게 확산시키기 위해서 기존 정책과의 조화, 지역별 정책사업의 확대, 메타버스 시대에 대응한 정책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조선미디어그룹의 IT 전문 매체 IT조선은 메타버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메타버스 웨비나를 개최한다. 8월 19일 오후 1시 30분부터 진행하는 이번 행사는 메타버스라는 신기술을 이해하고 최근 트렌드를 파악해 디지털 시대를 앞설 수 있는 자리다. 메타버스 중심의 시장 변화 흐름에 맞춰 국내외 기업 현황과 미래 전망 등을 조망할 예정이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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