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뱅킹을 램프 속 지니라고 한다면 어느 시점엔가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점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올 것이다."

이욱환 우리은행 디지털전략부 부부장은 19일 IT조선이 주최한 메타버스 웨비나(웹+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이 부부장은 ‘사용자가 경험할 미래 금융의 모습’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한국의 은행환경 변화를 두고 사용자경험(UX)을 고려하는게 가장 어려운 사항이라고 토로했다. 메타버스 시대에 은행이 마주한 위기 역시 UX에서 비롯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은행업을 코리끼에 비유했다.

그는 "20년 전에는 인터넷뱅킹이 등장했고 10년 전에는 모바일 뱅킹으로 진화했다"며 "코끼리를 작은 상자에 넣은 게 인터넷뱅킹이고, 통조림통에 넣은 게 모바일뱅킹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 경험(UX)를 고려하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부부장은 이어 "기존 은행은 여신, 수신, 카드 등 많은 업무를 묶음판매 했는데 최근 등장한 핀테크 업체가 업무를 하나씩 떼어 내 은행보다 편하고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최근 이런 기업들이 슈퍼앱이 되거나 인수합병(M&A)를 통해 은행의 대항마가 되고 있다. 은행업의 위기가 도래했다"고 전했다.

결국 은행업도 메타버스 뱅킹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 부부장의 진단이다. 그는 "과거 지폐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믿고 거래를 하느냐’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되었는데, 온오프라인이 통합되는 가상경제가 되면 지폐라는 종이 돈이 무의미해질 것이다"라며 "디지털 화폐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부장은 "메타버스 뱅킹을 어떻게 만들어 영업점과 연계할지 고민이다"라며 "금융도 바뀌어야 하고 기존 금융 상품을 재해석하고 당연히 조직과 법률도 디지털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카오뱅크를 만들 때 그 안에 은행원은 없었다. 기획자, 엔지니어가 ‘기존 은행앱에서 없었으면 좋겠는 것’ ‘반대로 있었으면 좋겠는 것’ 등을 고민했다"며 "그런 창의적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라고 주장했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