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가 글로벌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인력 확보와 연구개발(R&D)에 역량을 집중한다. 미래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에도 속도를 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세계 배터리 시장은 2025년 1600억달러(184조원) 규모로 팽창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K배터리 3사는 배터리 산업 성장 속도에 맞춰 인재 확보전에 나섰다. 2020년 말 한국전지산업협회가 추산한 2차전지 인력 부족 현황은 석박사급 연구·설계인력 1013명, 학사급 공정인력 1810명 등으로 나타났다.

왼쪽부터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대표,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6월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1’에 참석한 모습 / 이광영 기자
왼쪽부터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대표,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6월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1’에 참석한 모습 / 이광영 기자
19일 배터리 3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K배터리 3사의 상반기 기준 임직원 수는 1만9437명이다. 지난해 상반기(1만6833명) 대비 15.5%(2604명) 증가했다.

인력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2020년 상반기 LG화학 전지 부문 직원 수는 6493명이었지만, 올해 상반기 8720명으로 17%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12월 LG화학에서 분사 이후 꾸준히 인력을 확보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종료에 따라 MC사업본부 R&D 직원 300명쯤이 최근 LG에너지솔루션으로 합류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에너지 부문 임직원 수가 2020년 상반기(8084명) 대비 2%쯤 증가한 8248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대규모 투자가 없어 연구직 위주로 인력이 늘었지만, 미국 진출이 가시화 하는 만큼 향후 공격적인 인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상반기 기준 임직원 수가 246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2256명) 대비 9.4% 증가한 것으로, 배터리 분야에서 상당수 직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배터리 생산 능력을 현재의 5배 이상인 40기가와트시(GWh)로 확대를 목표로 하는 만큼 인력 채용에 사활을 건다.

K배터리 3사는 R&D 지출을 확 늘린다. 이들 기업이 상반기 R&D 분야에 지출한 금액은 총 8527억원이다. 지난해 12월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R&D 지출은 56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다.

삼성SDI는 올해 상반기에만 4365억원을 R&D에 투입했다. 지난해 상반기(4091억원) 대비 6.7%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834억원을, SK이노베이션은 1317억원을 투입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액 대비 투자 비율은 삼성SDI(6.93%)가 가장 높았다. LG에너지솔루션(3%)과 SK이노베이션(0.65%)이 뒤를 이었다.

K배터리 3사가 올 상반기 설비투자에 쏟은 금액은 3조7555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3사의 투자액(2조9572억원) 대비 26% 늘었다.

SK이노베이션은 3사 설비투자액의 57%에 달하는 2조1409억원을 배터리 공장 및 분리막 공장 증설에 투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중국, 미국 배터리 공장의 증설을 위해 상반기 9274억원을 썼다. 삼성SDI는 6872억원의 설비투자를 집행했다.

SK이노베이션 헝가리 제2공장 조감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헝가리 제2공장 조감도/ SK이노베이션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 사업 다각화 의지를 드러낸 SK이노베이션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SK이노베이션은 반기보고서에 ESS용 배터리를 개발 중이라는 내용을 처음 담았다. ESS는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세계 ESS 시장에서는 삼성SDI가 사용량 6.2GWh(점유율 31%)로 1위에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4.8GWh), CATL(2.8GWh), 파나소닉(2.1GWh)이 뒤를 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후발주자로서 에너지형, 파워형, 산업용, 가정용, 전기차(EV) 충전기용 등 다양한 특성별·용도별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오재창 전 현대자동차 전략투자팀장을 M&A 담당 부사장으로, 최경환 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을 차세대배터리 개발센터장(부사장)으로 각각 신규 선임했다.

오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플랫폼 투자 결정 과정에서 실무 작업을 이끈 인물로 알려졌다. 최 부사장은 신설된 차세대배터리 개발센터에서 센터장으로서 전고체 배터리, 각형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연구를 수행할 전망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