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물류 운임 폭등으로 식품업계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요 해외시장에 생산기지를 갖춘 대기업의 경우 큰 영향이 없으나, 국내 공장서 생산한 후 해외로 수출하는 대부분의 중소 식품기업은 폭등한 물류비 속에서도 경쟁력 저하로 제대로 상품값을 올리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물류업체에 웃돈을 쥐어줘도 배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물류대란 원인도 복합적이라 기업도 정부도 어쩌지 못하는 모양새다.

컨테이너선 / 야후재팬
컨테이너선 / 야후재팬
최근 국내 한 중소식품업체는 미국에 물건을 보내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이 업체는 현지 H마트에 식품을 공급했지만 컨테이너 수배를 못해 몇 달째 수출을 못했고, 결국 이 업체가 차지했던 매대는 다른 식품업체 상품으로 채워지고 말았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컨테이너가 대기업 위주로 할당되는 경향이 짙어 중소 식품기업은 수출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국내 한 식품제조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올해 초 미국시장에 진출했지만 급격하게 상승한 컨테이너 물류비로 이익은 커녕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물류비가 상승했지만 경쟁력 약화가 우려돼 판매가를 인상하지 못한 탓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사전에 부킹을 진행한 컨테이너도 수배가 어려운 상황이고, 수배되는 일정에 맞춰 겨우 수출을 하고 있다"며 "수출 과정에서 발생한 인상된 물류비는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다. 섣불리 제품가격을 올릴수도 없어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물류비 상승 문제는 국내 유명 식품기업 사이서도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올해 반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미국에만 생산기지를 갖춘 빙그레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세를 보인 반면, CJ제일제당과 롯데제과 등 해외 곳곳에 법인과 생산기지를 갖춘 업체는 글로벌 식품 수요 상승에 맞춰 영업이익이 오름세를 나타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 수요 증대로 매출은 늘었는데, 물류비 급상승으로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졌다"며 "몇개 업체를 제외하면 국내 거의 대부분의 회사가 글로벌 물류비 상승으로 골머리를 썩히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가격 인상이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고 분석했다.

컨테이너 물류비 폭등 원인은 복합적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갈등, 수에즈 운하 사고 등 악재가 겹친 상황 속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식품·상품 수요가 폭발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컨테이너 물류 운임도 크게 상승했다. 컨테이너 해상 운임의 대표적인 지표라 평가받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1월 1000에서 7월 4000을 돌파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의 경우 예년 대비 3~4배, 유럽은 4~5배 컨테이너 운임이 올랐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웃돈을 쥐어주고서라도 수출하고 싶어도 컨테이너 수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컨테이너 선박을 싹쓸이 하고 있다. 외국 선사 배가 부산 기항없이 목적지로 곧바로 직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3분기가 해운물류 성수기인데 물류운임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국내 수출기업 어려움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