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술투자가 두나무 덕에 7800억원이 넘는 평가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거래량 급증과 업비트 수익 증가에 따른 결과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우리기술투자는 올해 상반기 두나무 보유 주식으로만 7858억원의 평가이익을 올렸다. 취득원가 56억원 대비 비상장 주식거래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가가 140배쯤 폭증하면서 그야말로 초대박을 쳤다.

두나무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다.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은 80%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 여부에 따라 차익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연내 특정금융법상 신고수리가 유력시 되고 미국 증시 상장 일정도 앞두는 등 대형 호재가 남아있어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두나무의 몸 값이 치솟기 시작한 건 올 초부터다.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전체 가상자산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두나무의 시가총액은 조 단위를 넘어섰다. 한화투자증권이 두나무 지분 6.14%를 583억원에 매수할 당시 두나무 몸 값은 1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후 두나무의 몸 값은 10배쯤 불어났다. 20일 기준 두나무 구주는 31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여기에 총 발행주식 338만9128주를 곱하면 시가총액은 10조6499억원이 나온다.

업비트의 수수료 수익이 늘면서 두나무는 올해 1분기에만 약 6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2분기 카카오가 두나무에서 거둬들인 지분법 이익이 28% 증가한 것을 보면 실적은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기술투자의 실적과 비교하면 두나무의 평가이익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우리기술투자의 매출액은 1375억원, 영업이익은 1148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891억원이다.

우리기술투자는 1996년 12월 중소·벤처기업창업지원을 목적으로 국내 반도체 장비와 설비관련제품을 생산하는 기업과 개인이 출자해 만든 창업투자회사다. 중소창업기업에 대한 투자지원과 창업투자조합의 결성·관리, 성장지원을 위한 경영지도 등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다.

2015년 우리기술투자는 IT기술에서 모바일과 핀테크 분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두나무 투자를 단행했다. 모바일 기반 서비스로 빠르고 쉽게 주식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서비스를 높이 평가한 결과다.

우리투자증권은 두나무 지분 4%를 5억원에 사들인 이후 보유량을 꾸준히 늘였다. 두나무의 가치가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2017년에 업비트를 출시하면서다. 취득원가 56억원에 머물렀던 두나무의 장부금액은 2018년 193억원, 2019년 193억원, 2020년 189억원, 2021년 상반기 1301억원으로 증가했다. 장부금액이란 취득원가에 시가를 반영해 측정한 값을 말한다. 우리기술투자는 업비트 덕에 설립 25년 만에 횡재를 맞게 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우리기술투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617억원이다. 영업현금흐름은 52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9억원보다 27배 넘게 개선됐다. 투자도 41억원에서 64억원으로 늘면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우리기술투자가 두나무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할 경우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할 전망이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